동사무소 사무 보조의 하루

by 이지현

작년 겨울, 일을 빨리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던 나는 거주하는 시에서 주최하는 일자리 사업에 지원했고합격하게 되었다. 그리고 배치 받은 곳은 행정복지센터였다.

책을 좋아하는 나는 도서관 사서를 지망했었는데 그래도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첫 출근을 했다.


내가 여기서 하는 일은 아주 작고 소소한 일이다.

몸이 불편한 분들과 수급자 분들이 오시면 증명서를 출력해서 나눠드리는 일,

장애로 인해 글씨 읽기와 쓰기가 불편하신 분들의 서류를 대신 작성하는 일을 한다.

그 외에 나이 드신 분들이 팩스를 보내러 왔을 때 팩스 사용법을 안내해드리거나,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상대하기에는 너무나 자그마한 일로 문의를 주시는 민원인들을 상대하곤 한다.


이제 3주가 넘어갔는데 느낀 점과 새로 알게 된 점


1. 공무원은 칼퇴를 하지 않는다.


전 직장에서 9시-18시 근무를 했다. 중소기업에서 근무했는데 18시 넘어서 이용자가 채팅창에 문의를 했다.

그래서 답변을 하지 않았는데 이용자가 "공무원 납셨네" 하면서 비꼬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겪은 공무원들은 칼퇴를 하지 못한다. 주말에도 나와서 일한다고 하는데

무슨 일인지는 묻지 않았다. 사무보조인 내가 알 필요도 없고.

오히려 칼퇴를 하기 위해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서류를 정리하는 공무원들을 보았다.


2. 영혼 없는 친절함에는 이유가 있다.

병원, 은행, 관공서 직원들은 친절하다. 그리고 영혼이 없다. 그 이유가 분명히 있다.

일단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친절함은 내재되어 있지만 대하는 사람들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영혼을 빼놓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일단 대하기 편한 말이 잘 통하고, 요구 사항이 명확하며, 문의사항에 대한 준비가 잘 된 사람들은 동사무소에 방문하지 않는다. 방문하기 전에 이미 인터넷 상에서 모든 서류를 발급받고 끝내니까.

동사무소에 발급하는 민원인들의 대부분은 할머니, 할아버지, 정신과 마음에 문제가 있어보이는 자들이었다.

자기가 무슨 서류를 떼와야 하는지도 잘 모르거나, 신분증을 들고 오지 않은 채 무언가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분들도 있고 자기는 모르니까 a부터 z까지 모두 다 네가 해달라 요구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같은 말을 여러 번, 크게 하는 상황이 지속 되고, 필요 절차와 상관없이 우겨대는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대하다보면 영혼을 빼놓고 일할 수 밖에는 없게 되니, 그들이 왜 친절하면서도 불친절한지 잘 느끼게 되었다.


3. 굳이 나이드신 어른들을 관공서에 보내는 자식들에게 치미는 화

물론 그들은 바쁠 것이다. 노년의 부모님을 모시는 연령대면 보통 40-50대의 중장년층일테고, 한창 일이 바쁜 나이일테니까, 하지만 내가 화가나는 것은 본인들도 의사소통이 어려운 부모들을 관공서에 보내면서, 부모님이 준비해야 하는 서류나 해야하는 일에 대해서 부모님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자식이 그 서류가 필요하다면 그것에 대한 설명같은 것을 서면으로 알 수 잇게 설명이라도 해주면 좋은데 그것도 없고...

왜 나이드신 부모님이 새파랗게 어리고 생판 모르는 관공서 직원들에게 " 할머니, 저는 이 일과 상관이 없어요." " 할아버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제가 어떻게 해드려야 해요?" 라는 말을 들으며 혼이 나고 있어야 하나.


이 곳의 사람들을 거울 삼아 나는 좀 더 좋은 어른으로 나이들었으면 좋겠다고 되내인다.

아등바등 사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 동사무소. 좀 더 온기 있고, 좀 더 활력있는 공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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