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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로롱 Jun 28. 2023

나를 둘러보기

땅 위로 잡초가 무성하다. 저렇게나 자라도록 내버려둔 적이 없는데 조금 더 자라면 숲을 이루겠네. 이렇게 얼이 빠져 산 적이 없었다. 생각 없이 놀거나 쉬는 시간은 있었어도 얼이 빠져 살진 않았다. 올 해 들어서는 one thing을 외치며 정돈된 생활을 하려 했는데, 작년보다 오히려 더 정신 못 차리는 삶이 되어 버렸다. 흩어진 생각들을 모을 짬이 없이 겹겹의 일들이 머릿속을 온통 차지해 버렸다. 빠른 시간 내에 정리하지 않으면 내 몸까지 균형을 못 잡고 휘청거릴 것이다.


MKYU  유튜브 대학을 알게 된 건 2020년도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안정적인 시기가 아마 그 때였을 것이다. 몇 년 전 시작한 조그만한 사업도 안정권 아니 인지도가 높아져 업체를 골라가며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한 달 단위로 병원을 옮겨 다녀야했던 아버님도, 더 이상 부가적인 치료가 불필요해져서 요양병원으로 모시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어찌보면 정신없던 생활을 해와서인지 이런 여유로운 일상이 감사하면서도 불안했다. 커다란 숙제가 있는데 하지 않고 놀고 있는 기분이었다. 편안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강박관념도 심리적으로 메꿔야 할 구멍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무엇인가 사건이 일어나지 않거나 신경을 돌릴 공간이 없으면 여지없이 불안함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처음엔 MKYU 대학을 관망만 하다 결제를 했다. 결제하고 나서는 또 유료 스터디가 즐비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디지털을 대하는 마음은 항상 겸손했다.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컴퓨터에 조그마한 에러가 나와도 근처 컴퓨터 수리점을 찾던 나였다. 이 대학은 기본 디지털 교육을 비롯해, 제목만으로도 입질을 할 만한 과목이 아주 많았다. 게다가 김미경 학장님은 시시때때로 라이브를 하며, 이 수업이 얼마나 중요하고, 교수진은 얼마나 훌륭한지를 계속 설파해 나가셨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나는 그 때마다 결제를 하는 순진무구한 학생이었다. 결과적으로 수업은 제대로 듣지도 못했고,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2022년 MKYU 학장님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바로 미라클모닝 514 챌린지였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학장님의 강의를 들으며 새벽기상을 루틴화하는 프로젝트였다. 분명 신청했다고 생각한 나는 마냥 기다리다 1월을 흘려보내버렸다. 514챌린지를 시작으로 각종 커뮤니티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나는 그 중 한 곳으로부터 DM을 받고 가입을 했다. 흥미를 잃고 표류하던 내게 함께 공부하는 공동체가 생긴 것이다. 그 때부터 나에겐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SNS 기초부터 시작해 흥미를 끄는 수업을 하나둘 배워나갔다. 나랑 별반 실력차이가 나지 않은 사람들의 모임이라 알기 쉽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고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대부분 무료 강의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유료화 되었고, 나는 점점 배우는 양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새벽 5시 학장님 강의를 시작으로, 6시부터는 커뮤니티 자체 수업이 주 5일간 계속 되었고, 저녁은 저녁대로 내 입맛에 맞는 수업을 골라들었다. 새벽부터 밤까지 노트북에서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쳐 박고 사는 나를 가족들은 점점 맘에 들어 하지 않았다. 급기야 정신 차리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발동이 걸린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세상에는 배워야하고 알아야할 지식들이 넘쳐났다. 뇌 용량은 이미 한계치를 넘었는데 결제를 하는 나의 손가락은 오토매틱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연말을 맞이하게 되니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자각이 일었다. 배운 것을 되돌아보니 딱히 내세울만한 기술이나 지식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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