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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엄마 Jun 05. 2023

#7. 미국 고등학교 합창 솔로 파트를  따낸 이야기

솔로 아닌 솔로


1992년에 제작된 시스터 액트(Sister Act)라는 영화 유명한 OST 중 하나로 ‘I Will Follow Him’이 있다. 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이 영화를 본 적도, 이 노래를 들은 적도 없었지만, 이 곡은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곡이 되었다. 바로 미국 고등학교 합창 콘서트에서 내가 그 곡의 솔로 파트를 맡았기 때문이다.




미국 고등학교 생활 중 나의 활력소는 단연 합창수업과 밴드 수업이었다. 음악을 좋아해 5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기 때문이기도 했고,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앉아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공부가 아니라 고단한 하루의 시작과 끝 나에게 주는 휴식 시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합창부는 1교시, 밴드 수업은 마지막 교시였다.)


합창부는 Women’s Choir와 Show Choir가 있었는데, Show Choir는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뮤지컬 합창부였고, Women’s Choir는 노래만 하는 합창부였다. Show Choir는 11, 12학년의 senior들이 많이 들었고, 나는 Women’s Choir를 들었다. 합창부 선생님은 푸근한 엄마 같은 인상의 미스 겁틴이었는데, 그녀의 지휘봉에 아침마다 목 풀기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합창부와 밴드부는 모두 시험 대신 공연을 하는 것으로 성적을 내었는데, 연중과 연말에 각각 두 차례의 공연을 했다. 그중 리드 솔로 파트를 모집했던 것은 연중 공연 때였는데, 위에 언급한 영화 시스터 액트의 ‘I Will Follow Him’에 나오는 솔로 부분을 맡을 학생을 모집하고 있었다.


노래 실력이 특출나진 않았지만 평소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음악에 나름 진심이었던 나는 냉큼 지원해 오디션을 봤다. 합창부에서는 소프라노 1 포지션(소프라노 1, 2 중 낮은 파트)을 맡고 있었지만 혼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부담되었던 나는 알토 포지션에 지원을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미스 겁틴 앞에서 주어진 파트를 부르자, 미스 겁틴이 갸우뚱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혹시 소프라노 파트도 익혔니? 한 번 불러 볼래?”




며칠 뒤, 아파서 등교하지 못했던 어느 오후, 전화벨이 울렸다. 이내 나에게 온 전화라며 2층에 있는 나를 향해 "It's for you!" 라고 소리치는 호스트맘의 목소리가 들렸다.


합창부 수업을 함께 듣는 친구 리앤의 전화였다.


"Guess what!"


수화기 너머 리앤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있었다.


"누가 시스터 액트의 솔로 파트를 따냈게~?"


리앤은 장난 섞인 목소리로 내가 솔로를 따냈다며, 그것도 처음 지원한 알토 파트가 아닌 난이도 있는 소프라노 파트를 따냈다며 나보다 더 기뻐해주었다. 내일은 나아서 꼭 학교에 나오라고 하며, 한 가지 의외의 사실을 덧붙였다.


"근데 솔로가 솔로가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야?"


"솔로 파트인데, 패어린이 본인이 파트를 못 따낸 걸 이해할 수 없다며 미스 겁틴에게 공개적으로 항의했지 뭐야? 아마 패어린이랑 같이 솔로파트를 하게 될지도 몰라."


패어린은 같은 합창부 수업을 듣는 친구였는데, 음악에 애착이 강한 친구였다. 나와도 친해지기 위해 간식을 챙겨 오기도 하고 카드를 써주기도 했는데, 그랬던 친구가 공개적으로 결과에 불복했다니 조금 의아했다. 그렇지만 나 같아도 갑자기 굴러들어 온 영어도 잘 못하는 동양인이 본인의 파트를 빼앗아(?) 간 상황이라먼 질투했을 거라는 생각에 이해하려 애쓰며 별 탈 없이 함께 콘서트를 마쳤다.


콘서트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호스트맘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근데 솔로인데 두 명이 나와서 조금 놀랐지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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