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을 하신 어머니에게
태양이 뜨겁게 비추는 여름은 어머니의 삶을 느끼게 합니다. 자신을 태우며 그늘진 지구에 삶의 생기를 불어넣는 태양처럼, 어머니도 가족을 위해, 동료를 위해, 환자들을 위해, 그리고 수많은 주변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태워만 오신 건 아닌가 합니다. 태양은 스스로를 밖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그 빛을 받아보지도 못했을 겁니다. 항상 희생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감사함과 존경,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을 느꼈지만, 한 편으로는 한 번이라도 그 따스한 빛을 온전히 느끼신 시간이 있으셨을까 하는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어느덧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세상은 여러 색들이 모여 조화로움 안에서 아름다움을 보이게 될 겁니다. 이제 여름이 아닌 가을을 생각했을 때, 어머니의 삶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빛나는 어머니의 삶이 이 땅을 얼마나 아름답게 변화시켰는지 직접 보시고,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보내신 빛을 함께 느끼며 어머니의 삶도 다양한 아름다움으로 물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없는 하늘의 경의로움도, 이 땅에 변화를 불어넣는 꽃과 잎의 아름다움도, 모두를 공평하게 감싸주는 바람의 따스함도, 그 어떠한 위대함을 가진 자연이라 할지라도 어머니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항상 변함없는 따스한 사랑으로 저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언제나 저희를 지켜주시겠지만, 이제는 어머니가 계신 곳이 어디든 저희를 태워 어머니를 비추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