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수학에 유독 공을 들여 지구를 세팅한 것 같다. 그래서 꽃잎이 다섯인 이유가 있다. 자연계의 많은 생물이 황금분할 5:8구조를 갖는데 사람의 귓바퀴가 그렇고 솔방울이, 조개의 무늬 등이 그렇단다. 비율은 늘 일정하며 피보나치 수열인 황금비로 수렴된다고.
수학으로 뜯어보면 고만고만한 지구. 디자인이 좀 어설픈 건 아닐까 싶다가도, 꽃잎 들여다보면 저리도 아름답다니. 두꺼운 수학의정석을 씹어 먹고 싶었던 적이 새삼, 신의 마음에 가닿아 우물거려본다.
그렇다면 보랏빛 꽃을 보는 나는 어떤 분할로 마음이 나눠져 있나. 보이는 게 5이니 안 보이는 속은 8인가. 신은 현실에 버그가 있을까봐 아무도 안 보는 곳은 버퍼링 없이 암흑으로 설계했다는 설도 있다. CCTV를 설치해 나중에 확인하면 되지 않나요? 묻고 싶었지만 양자역학이 나서서 그것도 관찰이란다.
거시 속을 떠돌다 미시 속에 들어서면 우주 같이 막막한 전자의 세계와 물질이 아닌 한낱 피사체뿐인 몸의 발광을 볼 수 있단다. 그렇다면 나는 이 우주가 투사시킨 영상일 뿐이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영에 짧은 배역을 맡았을지도 모르는 일.
다시 꽃을 본다. 꽃아, 나는 수학에 젬병이지만 너에게 같은 공식을 쓰고 싶지는 않구나. 넌 특별해, 마음으로 꽃잎 하나 더 달아주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