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맨땅 Nov 13. 2023

신의 후회

4. 선택받은 자

" 우리는 하나님에게 선택받은 자들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그래서 독생자 아들을 우리에게 보내시어

우리가 그 아들을 통해 구원받을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


목사님의 수업 시간은 늘 그렇듯이 지루하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보기엔 여기 누구도 산택 받은 것이 아닌 버림받은 아이들의 고아원 같은 곳인데

우리가 축복을 받아 이곳에 살고 있다고 하신다.

벌써 대부분의 아이들은 창밖을 바라보거나 고개를 숙이고 잠들어 있었다.


" 세상을 만드시고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인간에게 모든 것을 주셨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 죄에 빠지고  지옥에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을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으신 것입니다. "


창 밖은 너무나 평온했고, 곧 다가 올 점심시간 때문인지 몰라도 음식 냄새가

배고픈 아이들의 배속을 더욱 자극하였다.

' 하나님, 지금 수업이 빨리 끝나게 해 주세요. '

' 예수님, 배가 많이 고파워. 오늘은 카레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들리지 않아도 아이들의 기도 소리가 목사님의 설교 말씀과 함께 요동치고 있었다.


이곳의 대부분의 수업은 기초적인 학습과 기독교 교리로 채워졌다.

책은 어디선가 얻어진 것으로 그 안에 낙서와 누군가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책의 주인은 어떤 아이였을까?

엄마, 아빠와 함께 살면서 배가 고프다는 것이 뭔지 몰랐을 거야.

엄마가 준비물도 다 챙겨주고 옷도 깨끗하게 입고 다녔겠지.

학원도 다녔을 거야. 친구들과 게임도 하고 놀러 다니면서 즐거웠울 거야.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질 즈음 난 서러움과 부러움이 뭉쳐져 내가 더 작아짐을 느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수님도 하나님이 원망스러웠을까?

아니 그 편한 전능하신 하나님 옆이 아닌 인간 세상에 내려와 고생고생하며 살다가 죽어야 하니.

온갖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뭐가 이쁘다고,

이기적이고 교활하며 살인과 탐욕에 가득 찬 인간들은 그 죗값을 받아야 맞는 게 아닐까?


난 내가 선택을 받은 것인지 버림을 받은 것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특별하게 이곳이 싫지 않다. 때가 되면 밥도 주고 간식이란 것도 먹을 수 있으며,

특별한 날에는 이곳의 친구들과 소풍도 갈 수 있고 외롭지 않고 나를 놀리는 손가락질도 받지 않으니까.


( 계속 )

 






작가의 이전글 PeeP SHoW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