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맨땅 Nov 28. 2023

신의 후회

6. 사고

매일매일이 나에겐 설렘이고 축복이었다.

피아노를 조금씩 익혀가면서 한 손이 아닌 두 손으로 피아노 건반을 치게 되었고, 

목사님과 선생님들에게 배우는 과정도 매번 새로움이었다. 

목사님의 말씀처럼 하나님의 사랑이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한복음 3장 16절)'



이젠 ' 엄마가 언제 올까 ' 하고 기다리는 것보다 성경과 수학시간, 

그리고 음악시간과 체육시간이 기다려졌다. 어차피 엄마를 따라간다 해도 

당장 나의 배고픔과 친구들의 손가락질을 떨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아침 식사를 마치고 쉼터의 곳곳을 청소하고 있었다.

오늘 오후엔 음악 선생님이 새로운 피아노 교본을 하나 구해주신다 하여

기대하고 있던 중이었다. 


" 어떻게... "

" 아니... 정말이야? "

" 들었니? 큰일이네. "


" 내가 빨리 병원에 가서 연락드릴게요. 우리 학생들 잘 챙겨주세요. "


총무 선생님은 조그마하게 속삭이듯 봉사 오신 어머니들에게 말씀하시고 급히 쉼터를 떠났다. 

우리 쉼터에 매일같이 오셔서 음식과 빨래 등을 챙겨 주시던 자원봉사 어머니들은 총무 

선생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멍하니 들 서 계셨다. 


우리의 맏이 격인 정민이 형이 어머니들에게 다가가 무슨 일인지 여쭤볼 때

어머니들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며 아무도 나서서 먼저 말하는 이가 없었다. 


" 그게.... 오늘 새벽에 목사님이 사고가 나셨나 봐. "

" 응. 그래.. 목사님이 새벽 일찍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시다가 교통사고가 났다고 하네. "


한 어머니의 이야기에 정민이 형은 한동안 멍하니 어머니들만 바라다가 물었다. 


" 많이 다치셨다고 하나요? "


" 어.... 이걸 어쩌나.. 목. 사. 님이.... 돌아가셨다네.."

" 네? "


목사님은 쉼터의 넉넉하지 못한 재정 상황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새벽 배송일을 하셨다고 한다.

몇몇 선생님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일을 마치고 쉼터로 복귀하던 중에 신호를 위반한 음주운전 차량과 충돌하였는데, 목사님의 차량이 

그대로 도로 밖으로 미려 나갈 정도의 큰 충격에 죽음까지 이르렀다는 이야기였다. 


상대 운전자는 멀쩡하게 걸어 나왔으며, 경찰서에서 조차 당당하게 큰소리쳤다고 한다.


" 내가 누군지 알아? 비싼 변호사 불렀으니까. 내 변호사랑 이야기 하슈. "


그날 이후의 쉼터는 많은 것이 아주 조금씩 바뀌어 갔다. 

쉼터 안에서의 웃음소리는 사라졌고, 자주 찾아 주시던 봉사 어머니들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우리들이 받던 수업의 대부분은 자습과 체육으로 바뀌었으며, 

넉넉하게 먹던 아침과 점심, 저녁은 거의 바뀌지 않은 반찬 2종류로 대체되었다.

그 마저도 하루에 한 끼는 빵과 우유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앞으로의 변화에 비하면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었다.


( 계속 )


작가의 이전글 Imagin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