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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땅 Apr 04. 2024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T.S 엘리엇의 황무지 중에서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id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이 오히려 우리를 따뜻하게 해 주었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뿌리로 약간의 목숨을 남겨 주었다.  

      

두껍게 쳐진 암막 커튼을 걷으며 나는 말했다.

" 이제 그만하는 게 어때?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거지? "

갑자기 쏟아지는 햇볕에 친구의 지난 7일간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뒹구는 소주병과 담배꽁초는 좁은 자취방을 메꾸고 있었다.


'실연'의 아픔을 호소한 친구는 나에게 책 한 권을 던져 주고

다시 그만의 동굴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T.S 엘리엇 '황무지'


' 4월이 잔인하다고? '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얼마나 기다린 봄인데...


나이가 들어 우연하게 다시 그 책을 꺼내 읽고 또 읽었다.

이젠 나만의 해석법과 번역 방법이 생긴 듯하다.

어쩌면 작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내가 읽고 쓰는 기억법이 생겼나 보다.

이해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던 내용들을 내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나이가 들면서 터득한 언어가 아닌가 싶다.

A.I처럼 방대한 데이터가 몸 안에 쌓이다 보니 그런가 보다.


황무지에 다시금 4월이 오고 봄비가 내리고 따스한 햇살이 비친다면...

최악일 수도 있겠다 싶다.

모르는 게 나을지도

4월이 오고 다시 여름이 오고 가을, 겨울이 올 텐데...

또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하니


다시금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정말 행복할까?


( 이후에 난 참 많은 글과 이야기를 썼다 지우기를 며칠 동안 해 보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한번 목숨이 더 소중한 게 아닐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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