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숨 한번 쉬고 나서도 그대로라면
억지로 마음을 바꿔 먹어보려 해도 도대체 잘 바뀌지 않고
더 심한 것들이 속 안으로부터 치밀어 오른다.
잘하지도 못하는 욕이라 입 밖으로 나오지도 않으니 난감하다.
매번 혼자 삭히고 눌러가며 살아가는 게 억울하지만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가끔은 혼자만의 방법으로 '나 이렇게 힘들어'라고 표현을 해도
내가 용납이 안되니 아무 소용이 없다.
며칠씩 이런 더러운 기분을 가지고 다니다가
어디에 흘린 건지 조금 좋아졌다고 느끼지도 못할 만큼 잊고 있을 뿐인데,
어제, 오늘 조금은 좋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이란 것을 '글'로 써 보자 했다.
뭐가 그리 억울하고 답답한지 글로 적어 놓고 바라보자 하니...
한참이나 아무것도 적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은 좋아하는 커피를 타서 앉았다.
입에 한 모금을 물고 삼키지도 못했다.
'오늘 커피 향이 참 좋네' 싶다.
최근에 사놓고 잘 듣지도 못했던 오디오의 전원을 켠다.
예전 같으면 엘피 한 장 한 장 살펴보면서 어떤 음악을 들을 것인지 고민했을 테지만,
최근에는 스포티파이에 접속한다.
아무 생각 없이 구독 중인 음원사이트다.
이것도 해지한다 해놓고 지불만 수개월째 중이다.
내가 즐겨 듣던 음악들의 플레이리스트가 보인다.
오늘은 다 무시하고 검색창에 키보드를 두드린다.
' 행복해지는 음악 '이라고 쳤다.
내 취향이 아니다.
' 우울한 기분 '이라고 하니 좀 들을만하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놓고 보니
아직도 첫 줄이 생각나지 않았다.
'욕부터 써볼까' 입으로 말하지는 못해도 글로는 쓸 수 있잖아.
... 씨발, 개 같네, 병신, 나쁜 새끼... 별로 시원하지 않다.
역시 욕은 누굴 향해 크게 내질러야 맛이 있나 보다.
지운다.
욕으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평생 세상은 늘 내 편이 아니었다.
그도 그런 것이 내 소원 중에 이루어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소원들인데 말이다.
내 소원은....
그렇게 잠시 눈을 감고 어린 시절 내 소원에 대해 생각해 본다.
새벽 일찍이 일 나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과 어머니.
좁은 방안에 이리저리 잠들어 있는 동생들이....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서글퍼진다.
뭔가 비우거나 지워보려다가 일만 더 키운 느낌이다.
수채화의 물감이 물에 번져 나가고
그걸 고쳐 보려다가 물에 젖은 종이는 찢어지고 마는 상황이다.
밖으로 나와 생각한다.
'그래 벽에 머리 한번 들이 박자. 그게 제일 빠르고 쉽겠다. '
그런데 감당할 수 있겠니?
아무리 내 머리가 돌이라 해도 매일 벽을 들이받으면 깨질 텐데.
주변을 둘러보니 이제 그 뜨겁던 여름도 지나가는가 보다.
내 곁을 스치는 바람에게 말했다.
' 넌 왜 이제 왔니? 조금만 더 빨리 왔으면 얼마나 좋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