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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엘 Jan 08. 2024

새해 첫 단상.

건강한 삶, 건강한 이별에 대하여.

 지난해에는 많은 이별들이 있었다.

십여 년을 함께 했던 반려묘 마리와의 이별. 그리고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던 장인어른과의 이별.

엄마가 다니던 구화사의 주지 스님도, 오랫동안 뵙지 못했던 하양에 사는 고모부도..

살아가다 보면 언제 가는 찾아올 이별이고,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찾아올 이별들이 잔뜩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막상 그 순간들이 찾아왔을 때, 생각처럼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남은 많은 이별들을 하나하나 맞이하게 되리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언젠가는 부모님과도 헤어지게 될 것이고, 주변의 많은 소중한 것들이 하나하나 사라져 가는 순간들이 오겠지. 어려운 일이다.


 작년에 장인어른이 돌아가시고 난 후, 부랴부랴 부모님들 건강을 챙기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부정맥을 앓고 있었던 아버지는 건강검진에서 경동맥협착이 보여서 이 참에 다니던 경대병원을 정리하고 서울삼성병원에 진료예약을 잡아드렸다. 다행히 쥴리의 친구가 삼성병원 의사로 재직 중이라 수월하게 진료예약이 가능했다. 장모님도 그동안 제대로 된 건강검진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하셔서 내가 다니는 검진센터에서 종합검진을 받기로 했다. 더 늦기 전에 부모님들 건강을 챙겨야겠다고 생각해서 진행한 일들인데, 왜 진작 신경 쓰지 않았을까 스스로를 탓할 수밖에 없는 결과들이 나왔다. 아버지는 경동맥 50% 협착이라 다행히 70% 까지는 고지혈증 약을 드시면서 협착을 늦추면 되지만, 부정맥은 명확한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오랫동안 독한 약을 꾸준히 복용해서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대체 그동안 경북대 병원에서는 무슨 치료를 진행한 것일까??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이제 와서 뭘 어쩌겠나. 삼성병원에서 다시 상세한 검사를 위해 홀터를 달고 초음파를 찍고 하면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장모님은 종격동 종양 의심 소견이 나왔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당장 삼성병원 흉부외과에 진료예약을 잡았다. 아직 의심소견일 뿐이고 증상도 없긴 하지만 연세 드신 어른들에게 종양이라니.. 양성이어도 악성이어도 뭐 하나 좋을 일이 없다. 제발 양성이길 바라고 있을 뿐. 좀 더 일찍 부모님들을 돌아보지 못한 자식들이 받아야 하는 업보인가 싶기도 하다. 후회 또 후회..


 어른들이 왜 건강이 최고라고 하는지 이 나이가 되어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건강한 삶에서 이어지는 건강한 죽음. 그리고 그로 인한 슬프지만 상처되지 않을 만한 이별까지도. 여러 이별을 겪어보니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건강한 죽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아서 안 아프고 즐겁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의 마지막에서 고통 없고 건강하게 가는 것이 남은 사람들에게도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화두가 아닌가 싶다. 나는 아직 젊고 건강하다고 생각하던 나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 2023년. 올 해는 좀 더 건강하고 모두에게 아프지 않은 한 해가 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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