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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츠코 Sep 05. 2023

200km

내가 살았던 독일의 도시와 이곳은 200km 남짓 떨어져 있다. 아우토반이나 기차로 겨우 4시간이면 올 수 있는 거리이다. 그런데 그곳과 이곳은 너무나 다르다. 겨우 국경을 한번 넘었을 뿐인데. 나는 아직도 유럽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바뀌는 표지판이 매우 재미있다. 언어가 바뀌는 것을 들으려고 일부러 라디오를 틀어 놓기도 한다.



물론 이곳은 민족이 다르고 음식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심지어 기후도 다르다. 공기의 냄새조차 다르다.

13년 동안 독일에서 만성적으로 달고 살았던 편두통까지 단번에 사라졌다.

아니, 내가 독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 몸이 그곳에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아주 불행한 사건....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한다.


치즈를 좋아한다면 당신은 무조건 프랑스를 방문해야 한다. 마치 다른 유럽나라의 치즈가 일본의 미소시루 (된장국) 같은 느낌이라면 이곳의 치즈는 청국장이다. 코를 찌르게 아프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치즈를 원한다면 단연코 프렌치 치즈다.

그에 곁들여 먹는 바게트는 또 어떻고.

바게트는 따뜻할 때 집에 가면서 뜯어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가끔 독일 기차역에서 프랑스인들이 바게트를 가방에 꽂고 다니는 것을 보며 "아, 역시 클리셰가 맞는구나" 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이다. 바게트는 한국인의 흰쌀밥과도 같은 존재이며 프랑스 사람들의 영혼을 구성하는 물질이다.


나는 이상하게 한국에 살 때에도 가장 좋아하는 빵이 바게트였다. 그리고 대학교를 프랑스로 오기 위해 프랑스어 공부를 했다. 결국에는 독일에 먼저 가게 되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대학교를 프랑스로 왔더라면 아마도 내가 이렇게까지 파리 생활을 즐기긴 힘들었을 것이리라. 학생 신분으로 안 그래도 어려운 불어로 전공용어가 가득한 공부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는 것 같다. 내 지난 연애도, 마지막엔 항상 "너의 탓이 아니야, 우리가 잘못된 타이밍에 만난 것뿐이야"라는 말로 끝내곤 했다.


아, 이 이야기도 나중에 하도록 하자.


새벽 1시면 불이 반짝거리는 흰 에펠탑을 보며 앞으로 저 에펠탑이 보기 싫어지는 날이 생길까?

마치 내가 독일 그곳에서 좋아했던 강변을 더는 찾지 않게 된 것 처럼?

이런 생각도 잠시 해 보았다.



가끔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참 다르다. 우리나라의 만두, 일본의 교자, 중국의 딤섬, 이탈리아의 라비올리, 러시아의 삘리메니, 폴란드의 삐에로기 등을 생각하면 그렇다. 하지만 그 속에 들어가는 재료는 천차만별인 것처럼.


유럽사람들 하면 개인적이고 정이 없다는 이미지는 어떻게 생겨난 것 인지도 궁금하다. 이곳의 사람들은 낯선 이와도 좋은 하루 되라는 인사는 빼놓지 않는데...

개인적인 영역을 지키면서 자기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그렇게 보였지 않았을까. 독일인들에 비해서는 넓고 얕게 사귀는 것 같다. 아니 그냥 대화 자체를 즐기고 그 순간을 즐기는 프랑스인들은 대화상대가 친구든 아니든 상관이 없다. 어디든 마음을 열고 깊이 대화할 수 있는 관계가 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반면 독일인들은 한번 친해지기까지 매우 오래 걸리지만, 그 관계는 평생 지속되는 가족과도 같은 (게르만족이니까 부족이라고 해야 할지, 나는 세계사는 잘 모른다) 인연이 된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모르는 사이에는 인사를 잘하지 않는 편이다.


앞으로 프랑스인과 프랑스 문화에 대해 알아가는 나날이 기대된다.


에펠탑이 보기 싫다면 에펠탑 밑으로 이사 가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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