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멈춘 시계, 흐르는 마음

오늘, 시 한 편

by 휘리

커다란 시계 속 홀로 멈춰 선 작은 태엽 아이.

흐린 유리창 너머 희미하게 밝아오는 아침.

오늘도 아이는 멈춘 시간 안에 갇혔다.

홀로 채울 수 없는 공간은 사계절 내내 춥다.

어스름한 공간에 한 움큼 비추는 돋을볕.

아이가 손을 뻗는다.

따사로운 돋을볕이 아이를 포근히 감싸준다.

서늘했던 마음이 돋을볕을 닮아 공간을 서서히 채운다.

아이는 돋을볕과 술래잡기를 하고

그림을 그린다.

재깍재깍,

작은 태엽이 움직인다.

돋을볕이 떠나고 아이만 홀로 남는다.

어둠이 자기를 잡아먹을 것 같아

아이의 눈이 감긴다.



“아가, 저녁 먹어야지.”

아이의 환한 웃음 뒤로

엄마의 눈가엔 숨겨진 일렁임이 번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판도라 상자의 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