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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용 Jun 30. 2023

상처받는 조경석

너도 여기 있으면 사람들이 발로 차고 때릴 거야

         

바위는 산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았는데 어느 날 아저씨들이 나를 트럭에 태워 공원에 내려놓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랑 비슷한 친구들이 아주 많았다.



“나는 산에서 왔는데 너는 어디서 왔니?”

“응, 나도 처음엔 산속에 살았어”

“그런데 너희들은 왜 다 네모야?”

“아저씨들이 공장에서 기계로 잘랐어”

“맞아~ 나도 그랬어”

“어휴~ 많이 아팠겠다”

“너도 여기 있으면 사람들이 발로 막 차고 때릴 거야”

“왜 때리는데?”

“몰라. 나는 그냥 있는데 사람들이 넘어지면 나를 발로 차”    

 

갑자기 사람들이 엄청 많이 나타나서 이쪽으로 몰려왔다.

“와~ 여기 꽃들이 너무 이쁘다”

“우리 여기서 사진 찍자”

 

사람들은 친구들 얼굴을 발로 밟고 내 머리에 앉아서 카메라를 보고 활짝 웃었다.

“아~ 아아~ 머리 아파~”

“이건 또 무슨 냄새지?”

“여기 사진 잘 나온다”

“와~ 나도 찍을래”

“우리도 같이 찍자”   

  

나는 하루종일 짓밟혀 녹초가 되었다.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밤이 되자 엄마 생각이 났다.    

“너는 엄마 안 보고 싶어?”

“보고 싶은데 엄마는 나를 몰라보실 거야”

“왜”

“얼굴도 많이 변하고 몸에 상처가 너무 많아서”     

나도 엄마가 몰라볼까 봐 눈물을 참으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산책 나온  아저씨가 먹다 남은 밀크티를 내 얼굴에 확 쏟아부었다.

“앗~~~ 뜨거워”

“괜찮아, 조금만 참으면 바람이 식혀 줄 거야”

“내 얼굴에 뱉은 가래침도 비가 씻어 줬거든”

    

노란 버스에서 유치원 꼬마들이 줄지어 내린다.     

“친구들?”

“여기 꽃들이 너무 이쁘죠?”

“네~ 선생님”

“꽃은 꺾으면 안 되고 눈으로만 보는 거예요”

“네~ ”

“선생님? 다리 아픈데 바위에 앉으면 안 돼요?”

“친구들? 저 바위 좀 보세요”
 “사람들이 오물을 마구 버려서 너무 지저분하죠?”

“네~”

“먹고 남은 음료수를 저렇게 버려도 될까요?”

”안 돼요~”    


오물을 뒤집어쓴 바위는 꼬마 친구들 옷이 더러워질까 그날 밤 비가 내리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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