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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용 Jun 13. 2023

당나행

여름엔 옥수수를 팔았고, 겨울엔 붕어빵을 팔았다

성당 사거리엔 등이 굽은 아주머니가 겨울엔 털 모자를 쓰고 붕어빵을 팔고 여름엔 흰 수건을 목에 두르고 옥수수를 팔았다.


아주머니 옆에는 장성한 아들이 손톱을 물어뜯으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까 봐 고개를 숙였고 일손이 바쁜 아주머니는 <계산은 셀프>라고 써 붙였다.     


나는 2천 원을 내고 붕어빵 6마리를 사고 나오면서 “많이 파세요”라고 인사를 했더니 아주머니는 손톱을 물어뜯는 아들한테 너도 “안녕히 가세요” 해야지 라고 했다.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는 학생들이 붕어빵을 사기 위해 우르르 몰려오면 아들은 여전히 손톱을 물어뜯으며 학생들의 시선을 피했다.   

  

그렇게 여름엔 옥수수를 팔았고 겨울엔 또 붕어빵을 팔았다.

    

성당 유치원 반 아이들이 커서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나는 붕어빵 삼천 원어치를 사고 나오는데 손톱만 물어뜯던 아들이 “안녕히 가세요”라고 작은 소리로 인사를 했다.   

  

그동안 옥수수와 붕어빵 맛은 변하지 않았지만 아들은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겨울방학을 할 때쯤 <계산은 셀프>라는 문구는 없어지고 아들은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를 했다.  

   

“붕어빵 3천 원어치 주세요”

예~ 조금만 기다리세요

봉투에 담긴 붕어빵을 들고나오는데 아들이 인사를 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가슴이 뭉클했다.     


당신이 나보다 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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