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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용 Oct 01. 2023

이베리아반도의 속살을 헤집고 스페인의 혈관으로 들어가다

바르셀로나 공항은 탬저린즈의 버가샌달 핸드크림향 같은 냄새가 났다

<리얼마더>, <패러들 마더스> 영화가 하늘에 떠 있는 내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어폰을 벗고 자다 깨다 먹기를 반복해도 14시간을 채우려면 한 편의 영화를 더 봐야 착륙할 것 같아 클래식음악 영화의 진수 <크레셴도>를 보기로 했다.     


공항마다 각기 다른 특유의 냄새가 있다. 바르셀로나 공항은 향수 냄새라고 할까? 아니면 탬버린즈의 버가샌달 핸드크림향 같다고 할까? 암튼 싫지 않은 냄새를 맡으며 스페인의 속살을 헤집고 나는 거대한 이베리아 반도의  위장 속으로 딸과 함께 들어갔다.     


다음날 새벽 호텔에서 도시락을 챙겨 비행기로 1시간을 날아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붉은 성'을 뜻하는 알함브라 궁전은 이슬람 세력이 스페인 남부를 지배하던 13세기 그라나다에 지어진 무어양식의 결정체다.


 알카사바 요새, 나사리궁전, 헤네랄리페 정원, 르네상스 건축물인 카롤로스 5세 궁전을 빼앗기고 북아프리카로 가야만 했던 나르스 왕족은 ‘영토를 빼앗기는 것보다 이 궁전을 떠나는 게 더 슬프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슬람과 가톨릭 문화가 공존하는 아라베스크 무늬가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성당을 닮았다는 생각을 하며 광장에 서니 집시들이 연주하는 '타레가'의 기타 소리가 더 슬프게 들렸다.      

집시들이 사는 마을에 들러 점심으로 먹은 올리브유를 곁들인 샐러드와 홍합탕, 대구 튀김을 너무 맛있게 먹어 현지인 싱크로율 100%란 소리를 들었다.


이번 여행에선 지난 학기에 교양으로 들었던 <세계음식 문화산책>중 스페인에 관한 음식을 찾아  먹기로 작정을 했다. 그래서 우선 하몽과 샹그리아로 입가심을 하고 그라나다의 꽃 알함브라궁전 야경 투어를 위해 비탈진 언덕을 올라가는데 발바닥이 달려가는 버스를 부러워하며 심한 투정을 부렸다.     

야경 투어를 마치고 노천 맛집에서 가지튀김  혹은 하몽을 안주로 시키면 그리아 맥주가 공짜라는 말에 <감바스 알 하이요>를 추가하며 지갑은 닫고 벨트의 칸을 늘렸다.

9시가 넘어야 해가 지는 스페인은  하루에 5끼를 먹는다며 매 끼니마다 맥주를 마시며 낮에도 먹고 노는 분위기다. (지천에 깔린 올리브 나무만 믿고 마시는 것 같아 살짝 부럽기도 했다.ㅎ)


취한 그라나다 성 불빛이 우리를 무어인들 가게로 안내했다. 술탄 모자, 아랍풍의 앞치마, 원피스, 세서리가 이색적인 분위기로 유혹해 딸은 기하학적 무늬 원피스를 나는 페이즐리 문향의 실크 블라우스를 30유로에 샀다.


호텔에서 입어보니 현지 분위기랑 잘 맞아  하이파이브로 합의하고 다음날 바로 입기로 했다.           

헤밍웨이가 사랑한 론다와 누에보 다리. 그리고 작은 성당


그라나다에서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안달루시아의 꽃 <론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해발 780m 고지대에 세워진 절벽 도시는 투우의 고장답게 누에보 다리엔 빨간 천들이 관광객들에게 손 인사를 건넸다.


경치가 아름다운 이곳에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집필한 헤밍웨이는 “사랑하는 사람과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낭만이 흐르 론다의 협곡을 따라가다 젤라또 아이스크림 가게가 보이면 블루베리 치즈맛을 강추한다.

걷다가 조용한 성당에 들려 묵상을 하고, 손에 잡히는 묵주도 사고, 시장에서는 어제부터 징징거리는 발가락을 위해 운동화를 샀는데 번역기 오류로 사이즈가 너무 크다.

그래도 딸 앞에서는 맞는 척했지만 걸을 때마다 떡거리는 모습에 웃음이 빵빵 터졌다.

세비야 대성당, 스페인 광장, 탱고 관람           


론다에서 올리브 나무와 함께 2시간을 달려 콜럼버스 무덤이 있는 세비야 성당에 도착했다.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세비아 대성당으로 1401년부터 짓기 시작했지만 1506년에 큰 지진 때문에 105년간 지었다고 한다.

내부에는 죽어도 스페인 땅은 절대 다시 밟지 않겠다는 콜럼버스의 유언에 따라 그를 지지하는 2명과 반대하는 2명이 시신을 어깨 위로 메고 있는 동상이 압권인데 그의 공적을 높이 평가한 이사벨 여왕이 내린 하사라고 한다.     


성당을 나와 스페인 광장까지 30분간 마차 투어를 했는데 35도가 넘는 날씨에 사람들이 말들에게 못할 짓을 한 것같이 내내 마음이 불편해 김태희가 탱고를 추었다는 스페인 광장도 그다지 감흥이 없고 말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있는 모습만 계속 떠올랐다.     


저녁엔 80유로를 주고 탱고 관람을 했는데 샹그리아의 맛도 싱겁고, 탱고 리듬도 약해서 터키 어느 동굴에서 보았던 플라맹고 같은 느낌이랄까 암튼 가성비는 떨어지고  하품의 텐션은 높았다.

세비야 5성급 유로스타호텔에서 부르주아 놀이하기


클래스가 다른 어메니티와 최상의 룸 컨디션이 그동안 3성급 호텔을 전전하던 보헤미안을 인포에 놓인 웰컴 젤리가 달달하게 맞아 주었다.


신문물의 기구들을 즐기며 23층 헬스클럽에서 바라본 소박한 세비야 전경이 석양에 물들었다. 토레호텔은 부대시설을 이용해도 부담이 없을 정도로 착한 가격이라 저녁엔 37층 루프탑 bar에서 버몬트를  마시며 잠시 부르주아 놀이를 해도 좋고, 우아한 옷을 입고 조식을 먹어도 손색없는 장소라 세비아를 방문한다며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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