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동용 Jan 26. 2023

커피, 그 기억의 권련초

헐렁한 권련에 향을 보태며 콜록대던



종이필터에 담긴 커피 가루에

궐련을 말듯 나선형으로 뜨거운 물을 부으면

검은 봉우리에 화산이 터지듯

매케하고 씁쓰름한 향기가 분출된다


잔기침이 새끼줄을 따라 터지는 담배 건조실


누렇게 뜬 잎사귀를 포대 자루에 담으며

묶은 탱자 빛 깊은 주름에 고인 땀을

담뱃잎 같은 손등으로 연신 훔치던 아버지


질긴 하품 소리가 앙상한 무릎에 옹이를 키우면

활처럼 휜 등을 무릎에 괴고

손톱에 낀 진액으로

헐렁한 권련에 향을 보태며 콜록대던 기억


똑똑똑 떨어진 뜨거운 진액을 입술에 대자

소멸하지 않을 아버지의 헐렁한 궐련이

컵 속에서 홀짝홀짝 타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