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동용 May 26. 2023

층간소음

막~뛴다. 아이들도 내 심장도


외출 후 집에 돌아와 보니 식탁 위에 팥 시루떡이 놓여 있었다.


 “웬 떡이야?”
 “위층에서 오늘 이사 왔다고 가져왔어”
 “그런데 4쪽이나??”
 “남자아이가 4명이라 미안하다고 연신 허리를 굽히기에 내가 애들은 뛰면서 놀아야 튼튼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
 좁게 생긴 남편의 이마에서 어떻게 넓은 아량이 나오는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예고 없는 천둥소리는 이른 아침부터 낮에는 물론이고 심지어 밤 10시가 넘도록 멈추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인터폰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며 어떻게 남자아이들 4명을 데리고 27층으로 이사 올 생각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책을 읽거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느닷없이 들리는 우당탕탕 소리엔 누적된 데시벨의 숫자합쳐 괄호에 넣고 남편의 좁은 이마에 대고 반문했다.

남편은 꼬마들  4명의 나이를 부풀려 초등학교에 입학할 연도를 계산하며 딸이 까치발을 들고뛰던 모습이 생각다며  조금만 참자고 했다.


 어쩌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눈이  마주치면 젊은 여자는 등에 업은 아기가 쏟아질 정도로 깍듯하게 인사를 했고 나는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듯한 불만의 소리를 내려가는 버튼의 숫자를 따라서 하나둘씩 속으로 집어삼켰다.
  
 오늘은 ⟪천일의 스캔들⟫ 영화를 다시 보기 위해 큰맘 먹고 거실 소파열 1호에 앉았다.
  
 왕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두 자매의 위험한 질투와 유혹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왕비가 된 여동생이 국왕 헨리 8세와 동침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언니 엔은 여동생에 대한 질투와 왕비의 자리를 뺏기 위해 헨리 8세를 유혹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언니 엔의 끝없는 욕망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여러 번 유산되자 결국은 왕의 아기를 가진 것처럼 계략을 꾸미기 위해 천륜을 저버리고 남동생을 침대로 불러들이는 장면에서 나는 숨을 참았다.
 .
 .
 .
 .
 .
 .
 .
 .

.

.

우르르 쾅쾅 쾅


내 심장도

위층의 아이들도

마구 뛴다




이 글은 올리자마자 Daum  메인에 노출되어 조회수가 20,000을 넘었다는 알림톡을 받았다.


작가의 이전글 본인 맞습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