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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오생 Oct 12. 2024

08. 배우고 익히니 참으로 기쁘구나!

우리 것으로 학문하기 (2)

배우고 늘 익히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논어 · 학이學而》

  

예전에 양주동(1903~1977) 박사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TV 시대가 열리기 전에 라디오에 자주 출연하던 박학다식하고 말 잘하는 인기 지식인이었죠. 요새로 치면 유시민 씨 정도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이분이 어느 날 라디오에서 이 《논어》의 첫 구절을 소개하면서, 자기가 모르는 게 없는 박사인데 이건 모르겠노라, 배우고 익히는 게 뭐가 그리 기쁘다고 공자님 어록집의 1장 1절이 되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하시더군요. 저도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었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공자님 제자들은  이런 평범한 말을  《논어》의 맨 처음에 놓았을까요? 무슨 심오한 의미가 있는 걸까... 하나의 화두가 되어버렸습니다.




다들 ‘학습學習’이라는 단어, 아시죠? 바로 공자님의 이 말씀에서 비롯된 단어입니다. 고대 중국어에는 단음절 단어가 많았습니다. 단음절로 짧게 말해도 알아들을 만큼, 단어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이야기.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단어가 늘어나게 되자 점차 단음절 만으로는 알아듣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알아듣기 쉬우라고 단음절 단어가 복음절 단어로 변하는 거죠.


‘배울 학學’도 마찬가지. 바로 공자님의 이 말씀에서 ‘익힐 습習’을 소개받아 연애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학습學習’이라는 일심동체의 부부 단어가 탄생된 거죠. 이런 과정을 거치며 학문에 있어서의 배움이란 늘 익힘의 개념을 포함하게 된 것입니다.


단순한 ‘배움’은 외부로부터 그 어떤 정보가 뇌리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 인식의 지평은 정보가 유입되었다고 해서 저절로 넓어지지는 않습니다. 반드시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익힘’이라는 과정이 필요하죠. 외국어 공부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배운 걸 익히지 않으면 배우나 마나! 시간 낭비에 오히려 자신감만 떨어지게 됩니다. 장롱 운전면허증이 됩니다.


‘배움’이란 무엇일까요? 비유하자면, 산행의 초심자가 절벽을 오를 때 기존 등반 루트와 방법을 뇌리에 새기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잘 배웠어도 실제로 오르지 않으면 말짱 꽝! 그저 절벽 밑에서 아휴, 저렇게 아찔한 곳을 어떻게 올라간담... 두려워하며 쳐다만 본다고 올라갈 수 있는 게 아니겠죠. 겁먹지 말고 발을 떼야하지 않겠어요? 배운 대로 한발 한발 차근차근 올라가는 것이 바로 ‘익힘’입니다.


‘기쁨’이란 또 무엇일까요? 한발 앞만 바라보며 힘들게 힘들게 올라가다 보니, 앗, 이게 웬일? 어느 순간,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네요? 사방을 둘러보니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습니다. 우왓, 정상이다!!! 가르쳐준 대로 늘 배우고 익히면서도 도저히 오르지 못할 것 같았는데, 정말로 정상에 우뚝 서게 되다니! 스승의 그 높은 경지가 마침내 자기 것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 순간, 그 어찌 감격하지 않겠어요? 어떻게 기쁘지 않겠어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도덕과 윤리 시간에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웁니다. 하지만 그것을 익혀서 자신의 가치관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별로 없죠. 배운 대로 살지 않는 것입니다. 왜? 일제가 뿌려놓은 식민지학문에서는 ‘익히는 것’은 교육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죠. 아니, 그럴 걸 애당초 왜 가르친담? 하기야 잘못된 군국주의, 엉망투성이 내용이니깐 익히지 않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군요. 쩝.  


익힌다는 것은 배운 대로 뚜벅뚜벅 차근차근 걸어가는 것. 

학문이란 배운 대로 길을 걸어가고, 배운 대로 살아가는 일.


그런데,

배운 대로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글쓰기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경계하고 격려하는 일입니다.


오늘도 배운 대로 익히는 멋진 글쓰기에 임하고 계신

우리 브런치 글벗 작가님들께 뜨거운 물개 박수 보냅니다.

계속해서 모두 모두 파이팅~ ^^*




<사족>


'도덕道德'이란 말이 있다. 무슨 뜻일까?


동아시아 학문하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지행합일 知行合一', 즉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을 일치시키는 일이다. 물론 100% 일치시킬 수는 없다. 누구나 괴리가 있게 마련이다. 이때, 최선을 다해 양자 간의 그 괴리를 선한 방향으로 줄여나가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을 '도덕道德'이라고 한다.


도덕성이 없는 정권은 나라를 망하게 한다.

맹자는 그런 정권은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 대문 그림 ]

공자 성적도聖跡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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