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2주간의 방학이 끝나고 Term3 가 시작하자마자 학교의 큰 행사 중 하나인 Book Week 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북위크가 대체 뭐야. 이거 그냥 여기 국제학교에서 만든 행사인가? 싶어서 찾아보니 영국이나 호주 등 몇몇 서구권 나라에서 꽤나 크게 열리는 행사 중 하나였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British school 로 영국 교육 과정을 따라가고 있으니 그 영향을 받았나보다.
Book Week 한 주 동안에는 다양한 책 관련 행사가 이루어지는데 대표적으로 따지면 아래와 같다.
Book WeeK Parade
아이들은 본인이 선택한 책 캐릭터로 분장하고 퍼레이드에 참가한다. 어찌보면 할로윈 코스튬 같아보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북 캐릭터를 기반으로 꾸민다는게 다른 점이다. 리셉션(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 반 별로 차례로 입장하는데 담임 선생님과 아이들이 한 가지 주제를 정하고 옷을 맞춰입기도 하고, 아이들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분장에 진심인 선생님들의 코스튬이 제대로인 것 같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Charity Book Sale
두 번째 Charity Book Sale 은 학생들에게 책을 기부받아 일주일 동안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일종의 벼룩 시장 같은 것인데, 반마다 정해진 시간에 방문하여 책을 구경하고 아이들이 직접 구입하기도 하고, 또는 하교 후 부모님과 함께 판매장소에 들러 책을 살 수도 있는 행사다.
Mystery Book Reader
마지막으로 미스테리어스 북 리더는 선생님이 준비한 몇 가지 재미난 이벤트가 있기도 하고, 가장 하이라이트는 부모님 자원으로 아이들 반에 가서 모국어로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알지 못하는 내용의 책을 다른 나라말로 듣는다는게 쉽지 않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꽤나 흥미롭게 눈을 반짝이며 책을 듣는데 집중하였다.
나도 1학년인 둘째 아이 반에 지원하여 책읽기에 동참하였는데,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알사탕'이라는 책을 읽어주었다. 책 읽기를 준비하며 알사탕이 영어로 'gobstopper' 라는 생소한 단어도 알게되고, 첫번째 사탕을 먹었을때 들리는 소파와 돌아가신 할머니가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목소리도 약간 바꾸어 열심히 흉내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아이들 말에 따르면 수업 중에 혹은 언제든 갑자기 종이 울리며 책을 읽자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고 했다. 그럼 학생들 모두 책을 읽기 시작한다고 했다.
또 동화작가를 초대하여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을 갖기도 했고, 부모들을 위해서는 도서관을 개방하여 사서가 직접 독서 프로그램과 라이브러리 사용법에 대해 설명해주는 시간이 있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로 따지만 약간 고학년 부장 선생님 같은 Head of Key Stage2 가 직접 학부모들에게 집에서 어떻게 독서 지도를 하면 좋을지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도 가졌다. 이 때 학교에서 개발 중인 온라인 도서관 프로그램에 대해 야심차게 설명했는데 온라인으로 책을 한 권씩 대여해서 이북으로 읽을 수 있고, 해당 책은 다양한 언어로 번역, 읽기도 제공하며, 사전 기능도 갖췄다고 했다. 조만간 부모를 위한 계정도 오픈 예정이라며 굉장히 자랑스럽게 해당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그렇게 한 주 동안 책 관련 다양한 활동을 마치고,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담임 선생님께서 주시는 책을 매일 한 권씩 집에 들고오고, 또 매주 정규 수업 시간에 "Library" 라는 시간표가 따로 있어 도서관에서 가서 읽고 싶은 책을 빌려오기도 한다.
국제학교의 "책" 관련 가장 좋은 점 두 가지
이 곳에서 "책" 관련하여 가장 좋았던 점 중 두 가지를 꼽으라면,
첫번째는 정규 수업 시간에 '도서관' 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도 책을 꽤 좋아하는 편이라 1학년 때는 학교 도서관에 가서 자주 책을 빌려왔지만 2학년 때는 책을 거의 한 권도 빌려오지 않았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같이 갈 친구들이 없어서 혼자는 잘 안가게 된다는 것이었다.
학교 도서관은 운영되고 있지만 그 곳에 가고 책을 빌리는 것이 전적으로 자유이다 보니 아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그 빈도가 너무 달랐던 것이다. 또한 2학년 1학기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단 한 번도 도서관 사용법을 알려주시거나 도서관에 방문한 적이 없어 아이들이 더더욱 도서관 이용을 생소해했었다.
두번째는 바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것이다. 수업 시간 중 여유가 있을때 교실 앞 카페트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으면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신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도서관 시간에도 그 곳에 가면 아늑한 동굴 같은 공간에 들어가 또 다같이 모여앉아 사서 선생님이 읽어주시는 책을 듣는다.
아무리 큰 아이라도 내가 직접 책을 읽었을때와 선생님이 직접 읽어주는 책을 들었을때의 기분은 다를텐데 아이들이 그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가 한국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교장 선생님도 그리고 1학년과 2학년 담임 선생님도 모두 학기 초 가장 강조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독서" 였다. 책읽기의 중요성을 설파하시며 독서 교육의 일환으로 매일 아침 등교 후 수업 시작 전까지 모든 아이들이 조용히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 시간을 갖는다고 하셨다.
우리 아이는 1학년 때는 늦지 않게 등교해서 매일 아침 약 15~20분 정도의 독서 시간을 확보하였지만, 2학년 때는 거의 매일 늦잠 자고 서둘러 학교에 가느라 아침 독서에는 동참하지 못했다. 학교 등교 후 책을 펼치면 거의 바로 종이 울려 수업 시작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늦게 등교한 우리 잘못이지....)
내가 어릴 때 유명했던 MBC 느낌표 프로그램에서 했던 코너 중 하나도 바로 '책! 책! 책을 읽읍시다' 였다.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책을 안 읽는지 그 심각성을 강조하며 책읽기 운동을 펼쳤었는데, 그 때는 성인 중심이었다면 요즘에는 '문해력'과 '공부'를 연관시켜 아이들의 책읽기가 꽤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는 것 같다.
나도 아이들이 책을 좋아했으면 한다.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한다. 근데 이게 또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것임도 안다. 그렇다면 학교의 도움을 받아 어쨌든 정규적으로 책을 접하는 시간을 갖게하는 것이 어찌나 고마운 일인지...
매주 도서관에 가고 책을 강제적으로(?) 빌리고, (책을 읽지 않아도 어쨌든 책을 골라야 하니 이런저런 책을 둘러보게 될테니 말이다.)
매일 선생님이 주신 책을 읽고 말이다. (물론 아이가 책을 다 읽었다는 부모님 사인이 있어야지만 그 다음책으로 바꿔주신다. 우리 아이는 매일 책을 읽는 것이고, 다른 아이들은 2~3일에 한 권씩 바꿔오기도 한다.)
책은 어릴때부터, 그리고 커서 어른이 되고 나이 들어서까지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취미이자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책에 대한 이 습관을 부디 오래도록 유지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