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다니는 국제학교에는 비교적 다양한 국가의 아이들이 모여있다. 학교는 40개국 이상의 국적이 있다고 했다. 물론 과반수는 말레이시아 아이들이고, 한국과 일본, 중국 동아시아 국가 비중도 높은 편이지만 덴마크, 프랑스, 폴라드 등 유럽 국가부터 아르헨티나, 브라질 또는 말라위와 같은 아프리카 국가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함께 논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면 나는 "그 친구는 어느 나라에서 왔어?"라고 묻고는 했다. 단순한 궁금증에서 물어보는거였는데 아이의 대답은 거의 "몰라~"였다.
같은 반 친구는 학기 초 본인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국적에 대해 알 수도 있지만, 대부분 기억이 잘 안난다고 하거나 점심시간에 만나서 노는 다른 반 친구들의 국적은 알 길이 없다.
"친구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안 궁금해?"
"어, 안 궁금해"
국제학교에서 만나는 엄마들은 항상 '어느 나라에서 왔니'라는 질문을 첫 인사에서 건네기 때문에 아이들도 당연히 서로의 국적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친구의 나라에 통 관심이 없었다.
말레이시아 국적의 아이라고 하더라도 말레이, 말레이시안 차이니즈, 말레이시안 인디안이 있기 때문에 중국 본토와 인도에서 온 친구들도 있다면 구분이 더 어려워진다.
어제는 아이와 함께 길을 지나는데 한 남자아이가 인사를 해왔다. 언뜻 보기에 말레이시아 사람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서 "저 친구는 어느 나라에서 왔어?" 라며 아이에게 또 물었다.
그러자 아이가 말하길,
"엄마! 엄마는 우리가 만나서 놀 때 'Where are you from?' 이러면서 놀거 같아?"
아이의 대답을 듣는 순간 약간 멍해지며 스스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안 그럴거 같아"
하긴 한 학교에서 영어를 쓰며 노는 친구일 뿐인데 그 아이의 국적이 뭐가 궁금하며 또 뭐가 중요하랴.
메시의 나라 아르헨티나나 호날두의 나라 포르투갈에서 왔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굳이 기억할 필요도 없는 아이들이었다.
사실 국제학교의 이 어린 아이들에게 다름이 문제될 일은 전혀 없다. 너와 내가 다르듯 그들의 문화와 나의 문화가 달라도 그냥 '그런가부다' 일 뿐이다. 채식주의자인 아이의 점심 메뉴도 그런가보다 받아들이고, 무슬림 친구의 라마단 기간 금식도 그런가보다 하며 받아들인다.
같은 학교에 다니며 함께 공부하는 우리 사이에서 우리 나라 또는 나의 인종이 더 잘났다고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다 보니 인종차별 이슈가 발생한 적도 없다.
친구가 어느 나라에서 왔건 중요치 않고 어떤 편견과 선입견 없이 온전히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 자세를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날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지금의 이 마음을 오래도록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