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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Oct 10. 2024

그 친구는 어느 나라에서 왔어?

우리 아이가 다니는 국제학교에는 비교적 다양한 국가의 아이들이 모여있다. 학교는 40개국 이상의 국적이 있다고 했다. 물론 과반수는 말레이시아 아이들이고, 한국과 일본, 중국 동아시아 국가 비중도 높은 편이지만 덴마크, 프랑스, 폴라드 등 유럽 국가부터 아르헨티나, 브라질 또는 말라위와 같은 아프리카 국가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함께 논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면 나는 "그 친구는 어느 나라에서 왔어?"라고 묻고는 했다. 단순한 궁금증에서 물어보는거였는데 아이의 대답은 거의 "몰라~"였다.

같은 반 친구는 학기 초 본인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국적에 대해 알 수도 있지만, 대부분 기억이 잘 안난다고 하거나 점심시간에 만나서 노는 다른 반 친구들의 국적은 알 길이 없다.

"친구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안 궁금해?"

"어, 안 궁금해"

국제학교에서 만나는 엄마들은 항상 '어느 나라에서 왔니'라는 질문을 첫 인사에서 건네기 때문에 아이들도 당연히 서로의 국적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친구의 나라에 통 관심이 없었다.

말레이시아 국적의 아이라고 하더라도 말레이, 말레이시안 차이니즈, 말레이시안 인디안이 있기 때문에 중국 본토와 인도에서 온 친구들도 있다면 구분이 더 어려워진다.


어제는 아이와 함께 길을 지나는데 한 남자아이가 인사를 해왔다. 언뜻 보기에 말레이시아 사람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서 "친구는 어느 나라에서 왔어?" 라며 아이에게 또 물었다.

그러자 아이가 말하길,

"엄마! 엄마는 우리가 만나서 놀 때 'Where are you from?' 이러면서 놀거 같아?"

아이의 대답을 듣는 순간 약간 멍해지며 스스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안 그럴거 같아"


하긴 한 학교에서 영어를 쓰며 노는 친구일 뿐인데 그 아이의 국적이 뭐가 궁금하며 또 뭐가 중요하랴.

메시의 나라 아르헨티나나 호날두의 나라 포르투갈에서 왔다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굳이 기억할 필요도 없는 아이들이었다.


사실 국제학교의 이 어린 아이들에게 다름이 문제될 일은 전혀 없다. 너와 내가 다르듯 그들의 문화와 나의 문화가 달라도 그냥 '그런가부다' 일 뿐이다. 채식주의자인 아이의 점심 메뉴도 그런가보다 받아들이고, 무슬림 친구의 라마단 기간 금식도 그런가보다 하며 받아들인다.

같은 학교에 다니며 함께 공부하는 우리 사이에서 우리 나라 또는 나의 인종이 더 잘났다고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다 보니 인종차별 이슈가 발생한 적도 없다. 

친구가 어느 나라에서 왔건 중요치 않고 어떤 편견과 선입견 없이 온전히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 자세를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날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지금의 이 마음을 오래도록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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