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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Apr 13. 2023

'I hate you' 축구와 영어

국제학교 생활

축구하러 국제학교 다녀요..


첫째 아이는 올해 한국 나이 10살인데 축구를 정말 너무너무 좋아한다.

실력과 별개로 축구 사랑으로 따지자면 국가대표급이다. 축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이의 꿈은 당연히 국가대표 축구선수이고, 본인이 월드컵에 나가면 엄마가 경기를 보러올 수 있는지 이따금씩 진지하게 묻곤 한다.

축구를 좋아하고 에너지 넘치는 아이지만, 부끄러움이 많아 길 가다 만난 친구에게 수줍어서 먼저 인사도 건네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말레이시아 국제학교로 올 때 정말 오기 싫어했고, 또 적응하는데 괜찮을지 걱정되던 아들이기도 했다.

국제학교 첫 날, 하교 후 만난 아이는 내 걱정이 무색하게 정말 환하게 웃으며,

"엄마! 여기 진짜 좋아!!! 나 여기 계속 다니고 싶어" 라고 말했었다.

그 이유인 즉슨, 바로 축구 때문이었다.


팬데믹 시기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는 한국에서 쉬는 시간 없이 수업을 들었고, 점심시간에도 운동장에 나가 노는 것이 극히 제한적이었는데 여기서는 아침에도, 점심 시간에도 축구를 한다는 것이었다.

학교 입학한 첫 날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축구를 했는데 본인이 멋지게 첫 골을 넣었고, 아이들이 모두 축구를 잘 한다고 칭찬해주어 어깨가 으쓱했던 것이다.

고맙게도 축구 덕분에 아이는 매일 매일 학교에 가는 것을 즐거워하고, 또 학교가 끝나면 오늘 점심 시간에 본인이 몇 골을 넣었는지 설명하기에 바쁘다.

즉, 우리 아이는 축구하러 국제학교에 다닌다..ㅎㅎ


아침 학교 개방 시간은 7시 30분이고 수업 시작은 8시이다. 아이들은 8시 종이 울리기 전까지 교실에 들어갈 수 없는데, 이 시간 동안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것이다. 또 점심시간은 1시간 정도 되는데 이 때도 점심을 먹다가 종이 울리는 순간부터 운동장으로 나가 축구를 할 수 있다. 그럼남자 아이들 모두 엉덩이를 들썩이며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다가 종이 울리는 순간, 먹던 밥을 던지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간다고 했다.

아침에 아이들을 데려다주며 운동장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수십명의 남자아이들이 몇 개의 공을 가지고 축구를 하고 있었다. 이래가지고 누가 누구편인지, 내 공이 뭔지 대체 어떻게 알아보지? 나로서는 꽤나 복잡하고 어려워보였는데 아이들은 진지하게 축구에 임하고 있었다.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의 톤


어느 날은 학교를 마친 후 만난 아이가 표정이 너무 어둡고 좋지 않았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긴건지 물어보니 오늘 축구를 하다가 친구가 자기에게 'I hate you' 라고 했단다. 한국말로 직역하면 '나 너 싫어!' 인데 한국에서 친구끼리 싸우지 않는한 이런 말은 잘 하지 않으니 아이에게 꽤나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평소 본인을 많이 챙겨주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한 말이라 더 속상했던 것 같았다.

또 어떤 날은 친구가 'You are selfish' 라고 했다며 울상인 얼굴로 하교하기도 했다.


아이가 너무 속상해하니 걱정되기도 했는데 사실 아이 설명을 들어보면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였다.

축구를 하며 아이들이 잔뜩 흥분한 상태에서 누가 자신에게 태클을 걸어 공을 뺏어가면 'I hate you' 라고 외치고, 연신 본인이 손을 들어 신호를 주었는데도 친구가 패스하지 않으면 'You are selfish' 라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물론 영어로서도 그 말 자체가 좋은 말은 아니지만, 영어식 표현과 문화에 익숙치 않은 우리 아이는 영어를 들은 그대로 한국말로 해석하고 이해하다 보니 그 말이 더 세게 다가왔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대충 눈치 챈 나는 한국에서도 친구들끼리 축구를 하다가 '야~ 너 왜그래! 뭐야!' '저리가~' 라고 말하듯이 친구들끼리 축구하다가 나오는 말들이고, '너'가 진짜 싫어서 그런게 아니니 속상하게 받아들이기 말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래도 아이는 내 설명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에 손흥민과 케인, 손흥민과 김민재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소리 지르는 영상을 찾아 보여주며, 경기 중에는 다들 잘 하고 싶은 마음에 흥분해서 소리를 지른다고, 하지만 이게 서로를 싫어하는 건 아니고 또 경기가 끝나면 다시 친한 친구 사이가 되는 것이라며 설명해주었다. 본인이 좋아하는 축구선수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니 그제서야 이해하고 안도하는 아이였다.


우리 아이는 여전히 매일 매일 축구를 열심히 하고, 또 축구를 하면서 들은 영어의 의미에 대해 내게 묻곤 한다.

- 엄마, 어제 누가 나한테 'Don't blame me' 라고 했어. 이게 대체 무슨 뜻이야.

- 엄마, Shut up 이 뭐야? 어제 축구하다 애들끼리 싸웠는데 그 때 어떤 애가 'Shut up! I'm better than you' 라고 했어.


여기서도 아이들 학년이 올라가니 욕을 하는구나 싶어서 흠칫 놀랄 때도 있지만, 굳이 흥분한 아이들의 거친 표현을 알고 배울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게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고 또 그들만의 세상이 있을테니 이해하려고 한다.


어떤 표현이든 축구할 때 쓰는 영어와 한국과 다른 문화를 배울 수 있겠지.

부디 다치지만 말고 아이들과 신나게 축구하며 지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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