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완전히 영원히
'안녕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오늘 날씨만큼 흐렸나요
화창하진 않았대도
자그만 행복이 깃들었길 바래요'
너드커넥션 -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
안녕, 이름도 나이도 누구인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 오늘은 월요일이에요. 직장인이라면 출근하느라 많이 힘들었겠어요. 이제 곧 퇴근이네요. 2일간의 휴가를 지나 다시금 5일간 열심히 살아야 하는 당신에게 참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당신이 느끼는 지치고 피곤함, 그리고 하기 싫음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원하는 그렇게 되고 싶어 하는 절실한 소망이기에 당신의 지금이 조금이나마 위로받기를 바라요.
그러고 보니, 제 소개를 하지도 않은 채 무작정 그냥 편지를 써버렸네요. 당신이 내가 누구인지 궁금해 할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당신에게 편지를 쓰면서 그냥 저는 위로가 돼요. 저는 20대의 마지막에 서 있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스스로 꽤나 많은 일들을 경험했고 해 보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고 많이 힘들었었죠. 나는 무엇 하나 끝까지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 듯해서 그것에 많이 자괴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실패했다는 것보다 끝까지 해내지 못했다는 미련이 정말 후회가 되어 제 주변에 떠돌고 있더라고요. 그래도 물론 지금은 그것들의 짙음이 조금씩 옅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존재들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건 조금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이걸로 배움이 있었다면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미 지나간 것에 미련을 가지기보다 언젠가 내가 될 미래의 나를 위해서 지금을 열심히 살아보려고요. 막상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렇게 잘하지는 못해요. 당신은 어떤가요?
저는 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이에요. 어릴 적 논스톱이라는 드라마에서 고시생 역할의 타블로 씨를 보면서 많이 웃었었는데 정말 살다 보니 제가 고시생이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네요. 그래서 인생이 재밌다고 하는 걸까요? 내가 무엇이 될지, 아니 그렇게 멀리 가지 않더라도 오늘 하루에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저번 주는 좀 많이 힘들었어요. 슬럼프라는 것이 왔달까요?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해야 할 것들은 많은데 제가 스스로 그렇게 해야 할 것들을 하지 못해서 많이 버거웠던 것 같아요. 무책임하게 내일의 나에게 오늘의 짐들을 떠넘긴 거 같아 오늘의 나는 오늘을 지내기에도 벅찬데 어제의 내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랬어요. 오늘은 새로운 결심을 했어요. 새로운 결심이라기보다 한 주의 또 시작이니깐 새해 목표를 정하듯 새로 시작하는 이번 주에는 좀 더 저번 주 보다 나은 내가 되자고요. 그렇게 벌써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실패했다는 것은 당신과 나만의 비밀이에요. 약속은 정말 새끼손가락만큼 쉽게도 꺾여버리네요. 그럼에 오늘 정해진 시간에 일어난 당신이 정말 대단하고 멋져요.
나와 나 사이의 간극을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스스로 하는 약속이 너무 쉽게 깨져버리는 것을 알기에 나와 또 나라는 타인을 만들어 나와 나사이의 약속을 하면 좀 더 낫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해요. 물론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하지만 뭐 어떤가요, 그렇게라도 해서 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면 정말 무엇이든지 해야만 하니까요. 당신은 오늘 당신과의 약속을 잘 지켰나요? 아니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늘도 무탈한 하루를 보냈나요? 타인과 대화를 하면서 지낼 수 있는 당신이 가끔 부럽기도 하네요. 저는 거의 혼자이거든요.
'독기를 가져라'라는 말을 자주 유튜브 같은 곳에서 보고 들어요. 그런데 이미 저에겐 그런 독기가 전부 예전 수험 생활을 할 때 빠져버린 것 같아서 이제는 그렇게 하지 못해요. 꽤나 정말 치열하게 살았던 그때가 있었는데 아니지, 그렇게 얘기해 버리면 지금은 절실하지 않은 것 같으니 취소할게요. 또 과거를 미화하며 스스로를 낮춰버리고 있었네요. 이렇게 무의식의 후회는 당신과 내가 방심할 때마다 불쑥 들어오니까 조심해야겠어요.
오늘 하루를 즐겁게 살려고 해요. 즐겁다는 것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큰 소리로 웃고, 콧노래를 부르며 하루를 보내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오늘 하루 내가 해야 할 것들을 하고, 나 스스로에게 부끄럼이 없이 정직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즐겁게 사는 것이 아닐까 지금의 저는 그렇게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가끔 당신처럼 누군가와 대화하고,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순간들이 부럽기도 해요. 그렇기에 당신이 참 멋지다고 생각해요.
이제 퇴근 시간이네요. 당신의 하루는 일찍이 시작했지만 또 다른 당신의 하루는 이제부터 시작이겠죠. 제 하루는 쉬는 시간이 없이 쭉 이어져요. 이제 아마 글을 쓰고 나서 다시 책을 보며 복습을 시작하겠죠. 당신은 밀린 드라마를 볼 건가요? 아니면 브런치의 작가님들의 글을 읽을 수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집안일을 할 수도 있겠죠. 당신 또한 저 같은 과정을 거쳤기에 그런 소중한 일상을 맞이하는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당신의 하루 오늘도 고생했어요. 그럼 저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내일 또 봐요. 그리고 확실한 건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을 거예요. 내일은 더 나을 거니까 당신과 저는 또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거겠죠. 당신과 나 오늘도 행복하기를, 일상의 소중함에 감사한 오늘이 되기를 바랄게요. 안녕,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