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하루
'거기까지라고 누군가 툭 한마디 던지면
그렇지 하고 포기할 것 같아
잘한 거라 토닥이면 왈칵 눈물이 날 것만 같아
발걸음은 잠시 쉬고 싶은 걸'
윤종신 - 지친 하루
오늘도 안녕, 당신. 아 이렇게 말을 하면 안 되는 걸 깜빡했네요. 어제 보낸 편지는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을 테니까. 혹시나라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누군가를 위해서 쓰는 편지가 아니니까. 그냥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 쓰는 편지 그뿐이니까요. 그래서 그냥 오늘만 안녕이 아니라 '오늘도 안녕'이라고 말할래요. 그게 좀 더 좋은 느낌이니까요. 그래서 다음 부터는 그냥 오늘도 안녕이라고 말할래요.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제 하루는 오늘 어제보다 아주 정말 아주 아주 조금이지만 어제보다 더 나았어요. 그 나았다는 표현에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어제보다 아주 조금이지만 오늘이 더 좋았어요. 당신의 하루도 그렇길 바라요. 그렇지 않다고 해서 너무 힘들어하지는 말아요. 오늘 조금 좋지 못했다면 내일은 분명 오늘보다 나은 일들이 많을 거니까 내일을 기대하며 편안한 잠에 들길 바라요. 오늘 좋지 못했던 일들은 이미 지나가 버렸으니 내일 다가올 좋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건 어때요?
있잖아요 당신, 'accident'라는 단어 알고 있어요? 맞아요. '사고'라는 뜻이죠. 보통 예상치 못한 사고를 말할 때 주로 사용되는 단어래요. 근데 이 단어에 '우연'이라는 뜻도 있는 걸 알고 있어요? 예상치 못한 '우연'한 '사고'라고 생각해도 되겠네요. 그림 그리는 밥아저씨 알고 있어요? 가끔 TV에서 그림을 그리던 아저씨의 영상을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어요. 아저씨가 말한 것들 중에 'We don't make mistakes. We have happy accidents'라는 말이 제 기억에 많이 남아요. '우리는 실수를 한 게 아닙니다. 단지 행복한 사고가 일어난 거죠'.라고 말하며 실수하여 그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줘요. 그리고 다음 작품이 이번 작품보다 항상 무조건 더 좋을 거라고 말하죠. 그렇기에 우리는 내일을 기다리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당신도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나요? 저는요, 글을 쓰는 게 참 행복해요. 정말 펜과 노트, 아니면 노트북만 있다면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으니 정말로 행복해요.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당신과 나 서로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지 않을까요. 신을 믿지는 않지만 이런 것을 만든 누군가가 있다면 참 고맙다고 말하고 싶네요.
화가가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물감 튜브를 구입하고 스케치북을 구입하는 거래요. 그래도 그림은 튜브랑 스케치북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냥 펜 한 자루, 키보드만 있으면 작가가 될 수 있잖아요? 그 순간 우리는 예술가가 되고 작가가 되죠. 글을 쓰고 내 글을 당신에게 보여주고 당신의 글을 내가 읽는 그 행위들이 저에겐 정말 큰 기쁨이에요. 어떻게 잘 말하고 싶은데 그렇지를 못하네요. 표현력이 부족한 나를 당신이 그러려니 이해해 줘요.
오늘 사실 그동안 쓰고 싶었던 내용의 단편 에세이를 만들었어요. 브런치 북으로 '단 하나뿐인 초판본을 발행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올 때 정말 너무 행복해서 이게 행복이구나라는 감정을 느끼고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네요. 당신도 물론 그랬겠죠?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이렇게 글을 쓰고 그것의 초판본을 가질 수 있다는 거, 어릴 적부터 항상 꿈꿔왔던 일이었는데 그걸 브런치에서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내가 즐겁게 하고 있는 글쓰기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주니깐 참 브런치의 작가가 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브런치를 통해서 당신과 나 사이의 인연 하나가 이어지고 그 인연들 이 또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을 만나서 정말 기뻐요. 당신의 글을 읽고 당신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게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오늘 글은 두서가 없이 마구잡이인 거 같네요. 미안해요. 그래도 그냥 오늘 하루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니까 이쁘게 봐줬으면 좋겠네요.
또 벌써 수요일이 다가오네요. 매일매일 당신에게 편지를 보낼 수는 없겠지만 꼭 시간이 된다면 당신에게 편지를 보낼게요. 당신이 누구일지 읽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당신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저는 당신이 혹시나 읽지는 않을까, 읽는다면 어떤 표정일까 그런 것들을 생각하는 게 너무 즐겁고 행복하거든요. 날씨가 곧 추워진대요. 옷 따뜻하게 입고 일교차 조심하고 따뜻한 물 많이 마시고 아프지 말아요 당신. 그럼 오늘도 고생한 당신과 나에게 인사할게요. 내일은 좀 더 좋은 하루일 거예요. 또 봐요 당신, 그리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