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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에서 AGI로

by Jay

인공지능(AI)은 그 지능의 범용성과 수행 능력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첫 번째는 좁은 인공지능(ANI: 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으로, 이는 특정한 작업만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인공지능입니다. 예를 들어 음성 인식, 이미지 분류, 챗봇, 자율주행 차량의 보조 시스템 등은 모두 ANI에 해당하며, 하나의 목적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그 외의 작업은 잘하지 못합니다. 두 번째는 범용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으로, 이는 인간처럼 다양한 문제를 이해하고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입니다. 언어, 추론, 감정 이해, 창의성 등 여러 영역에서 사고할 수 있으며, 이론적으로는 사람과 동등한 지능을 갖춘 존재로 간주됩니다. 최근 LLM 기반의 GPT가 이 AGI의 가능성을 실현해 가는 대표적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은 초지능 인공지능(ASI: 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으로, 인간의 모든 지능적 능력을 초월하는 개념입니다.


이러한 분류 속에서, 오늘날 우리는 ANI에서 AGI로 향해가는 기술의 과도기적 국면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과거 완성차 조립공장에서 특정 위치에 Spot 용접만 수행하던 로봇은 이제 휴머노이드로 진화해, 다양한 작업을 병행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단일 기능에 특화됐던 인공지능이 점차 다기능, 범용적 역량을 갖추며 AGI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데이터 분석 및 예측 모델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시계열 데이터에 LSTM, GRU 등의 순환신경망이, 테이블형 정형 데이터에는 XGBoost나 CatBoost 같은 트리 기반 모델이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Transformer 기반의 모델들이 등장하면서, 데이터 유형 간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Causal Transformer는 시계열 데이터에서, TabTransformer는 정형 데이터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며, Transformer가 다양한 데이터 구조에 적응할 수 있는 범용 모델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GPT가 AGI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는 자율 학습(self-learning) 능력입니다. 현재 GPT는 주어진 데이터와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응답하지만, AGI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새로운 환경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적응하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둘째는 복합적 추론과 장기 계획(planning) 수립 능력입니다. 단순한 단기 문맥 이해를 넘어, 인간처럼 목적을 설정하고 그것을 향해 일관되게 사고를 전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는 다중 감각 통합 및 현실 세계 인식(situated cognition) 능력입니다. 시각, 청각, 공간감각 등 여러 자극을 통합해 상황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자기 인식(self-awareness)과 감정 이해(emotional intelligence) 역시 AGI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기술적 조건들입니다.


GPT가 이러한 AGI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순 번역이나 요약을 넘어, 코드 생성, 수학 문제 풀이, 추론 기반 질의응답, 창의적 글쓰기까지 수행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우주선 조종 시뮬레이션(KSP Differential Game)에서 자율적으로 전략을 설정하고 우주기동을 수행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의료, 법률, 금융 등 복잡한 전문 영역에서도 GPT 기반 도구들이 사례 분석, 요약, 시뮬레이션, 의사결정 지원 등을 해내며 점점 더 범용성 있는 사고력과 실용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완전한 AGI로 보기엔 기술적·윤리적 과제가 많지만, GPT는 현재로서 AGI 실현에 가장 가까운 전초기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ANI를 넘어 AGI로 향해가는 기술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기술을 단순히 관망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는, advanced ANI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다음의 몇 가지를 참고해 보면 좋겠습니다.

첫째, 기술의 특성과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운행 중인 Tesla의 Autopilot은 고속도로에서 매우 뛰어난 성능을 보이지만, 교차로나 신호 인식 등에서는 여전히 제약이 있습니다. 여러 기술을 다양한 경우에 대한 테스트를 통해 기술의 강점을 파악해 잘하는 영역에서 집중하여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인 전략일 것입니다. 아직 advanced ANI는 ANI입니다. 잘하지 못하는 취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취약점에 집중을 하는 것보다는 강점에 집중하고 활용하여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을 추천드립니다.
둘째, 아직은 어디까지나 ‘보조 도구’로 사용해야 합니다. GPT는 문장 다듬기나 요약에는 뛰어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 설계나 글의 구조 구성은 인간의 역할입니다. AI의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개성 없는 무난한 결과물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AI 도구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는 생산성과 사고력, 확장력에서 큰 격차가 생기고 있습니다. GPT는 전방위적으로 기본적인 전문성을 제공해,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보완해 주는 훌륭한 협업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넷째, 항상 Cross-validation이 필요합니다. GPT의 가장 큰 한계 중 하나는 헐루시네이션(Hallucination), 즉 사실이 아닌 정보를 사실처럼 생성하는 오류입니다. 이러한 오류는 인용, 수치, 법률 해석 등의 민감한 정보에서 특히 위험하며, 인간의 검토와 판단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서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검토 없이 본인의 상사에게 제출했다가 상사의 예상치 못한 상세한 질문에 당황하며 식은땀을 흘렸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을 것입니다. AI가 나를 대신하여 만들어준 결과물을 활용할 때 그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지금 ANI와 AGI의 경계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GPT와 같은 advanced ANI는 더 이상 단순한 기능 수행 도구가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사람과 함께 사고하고 일하는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도구는 아직 만능은 아니며, 여전히 책임과 창의성은 사람에게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맹신하거나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과 한계를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지혜입니다. 결국 AGI 시대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자세는, 도구를 잘 다루는 기술뿐 아니라, 도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인간만의 통찰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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