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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한손수레 May 03. 2024

아이는 쑥쑥 자란다.


"아들, 친구들 도시락은 어때, 이뻐?"


오늘, 아들은 현장체험이라 부르는 소풍을 간다.


요똥손이라 애써 외면해 오던 도시락의 대화를 처음으로 꺼내어 보았다. 늘 주는 대로 받아 들고 다녀온 군소리 없던 아들. 웬일인지 요즘 엄마들의 엄청난 도시락이 떠오르며 슬그머니 걱정스러웠다.


"응, 그렇지?"


시크한 아들의 대답에 내가 싼 김밥 도시락을 숨겼다. 나도 일찍부터 일어나 싼 건데...


"세현이 도시락을 엄마가 쌌긴 했는 데..."

"어디 봐."


도시락을 안 보낼 수도 없고... 참 난처하다.

쭈뼛거리며 슬쩍 내밀었다.


"엄마가 진짜 열심히 만들었는 데 안 이뻐."

도시락을 들여다보던 아들은 웃으며 날 바라보았다.


"괜찮아. 엄마가 만들었다는 게 중요하지."


고개를 번쩍 들어 아들을 바라보았다. 생글거리며 아들은 날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내가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뭔가 울컥하는 게 명치 어딘가에서 올라오는 듯했다.


미안한 고마운 마음에 잘 다녀오겠다며 신발을 신던 아들에게 용돈을 쥐어줬다. 용돈을 받아 든 아들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으로 뛰어나갔다.


주는 것도 없이 행복을 가르칠 수 있다니.

아니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아이라니.

기특하고 감사했다.


그래도 혹시나 다른 친구들이 아이의 도시락을 보고 놀리면 어쩌나 하는 우려는 있었다. 조바심에 은근슬쩍 신나는 하루를 보낸 아들에게 물어보았다.


"아들, 오늘 도시락은 어땠어?"


"맛있었어."


"혹시 애들이 놀리거나 하진 않았어?"


"아~ 맞아. 애들이 조금 놀릴라고 했는 데, 내가 막았어. 나 잘했지? 내가 엄마 지킨 거야."


"네가 뭐라고 했는 데?"


"모양은 그래도 맛있어. 그리고 우리 엄마 놀리지 마."


이 아이는 자신을 놀린다고 인지하지도 않는 듯했다. 엄마를 놀리는 아이를 저지했다며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니 뭉클했다.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들 참 이쁘네. 이 타이밍에 며칠 전 국어 점수 미달이라는 선생님의 연락이 떠올랐다. 그래, 국어 점수가 좀 안 이쁘면 어때. 말이 이렇게 이쁜 아이인데.



그리고 일 끝나고 문득 폰을 보았을 때 남편에게 톡이 와 있었다.


커피를 안 먹는 내가 유일하게 먹는 커피사진과 엄마에게 받은 돈으로 엄마 커피를 사 왔다는 아들 이야기가 있었다.


언제 이렇게 많이 컸나.

아이들은 참 쑥쑥 잘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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