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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한손수레 Nov 29. 2023

남에게 도움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잊지 마.

By 모브사이코 100


"엄마가 내일은 일 가야 해. 알지? 내일은 엄마 일 갔다 올게."

"..."


자기 전, 아들에게 내일은 홀로 있는 시간을 버텨야 한다는 눈치를 주었다. 그냥 그렇게 아이는 조용히 받아들였다.


말없이 아이의 등을 토닥여줬다.

잠들길바라면서. 위안이 되길 바라면서.


2인실을 같이 쓰고 있는 4살 숙녀가 화장실로 향했다.


"내일은 이거 줄 뺄 거야. 오늘만 참아."


답답해하는 숙녀에게 아이의 엄마가 이야기했다.

그 얘길 듣던 아들이 잠을 청하다 말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


"엄마, 나 내일 밥은 어떡해?"

"응?"

"이모가 나 밥 저거도 해주고 푸딩 뚜껑도 까주고 다해줬는 데 이모가 내일 나가나 봐."

"이제까지 이모가 많이 도와줬구나."


오른손에 주사 바늘을 꽂고 있지만 손가락이 비교적 자유로워서 방심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있는 줄도 모르고. 나는 웃으며 아이의 바지를 입혀주고 있던 옆 침대의 엄마에게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폐가 되었을 거라며 자책을 했을 나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다.




인기가 많은 지는 모르겠으나 감명 깊게 봤던 애니메이션이 있다. 초능력에 관련된 애니메이션인데 주인공은 넘사벽의 능력과 자질을 갖고 태어났다. 그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초능력으로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초능력을 쓰지 않는 생활을 지향한다. 오히려 초능력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는 사람들을 더 강하다 인정하며 쫓아간다. 날아가서 누구보다 빠르게 도착할 수 있지만 스스로 달려 마라톤을 완주하고자 노력하는 것처럼. 타인에 대한 이해가 깊은 주인공을 보며 내 시선도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주인공은 인간이 스스로 해내는 것을 중요시 여기고 이를 통해 서로 도우며 사는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서로 돕는 세상에서 각자 자기 역할이 있으며 중요하지 않은 역할은 없다는 의미가 느껴졌다.


 내가 쥐고 있는 이 폰도 누군가의 노력 없이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고 나는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었겠지. 나는 폰을 만들지 못한다. 내가 입고 있는 옷도. 신발도. 쌀도. 내가 할 수 있는 몇 가지를 빼곤 할 줄 아는 게 없다. 나는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내가 할 수 있는 몇 가지 또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모두 그 자체로 가치 있다. 너와 내가 할 수 있는 게 다 다르기 때문에. 이 당연한 걸 그간 몰랐다.



아들이 그런 얘길 한 적이 있다.

"나는 근데 이걸 못해. 친구는 이걸 엄청 잘하는 데."

밝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아이지만 나는 알고 있다. 무엇이든 내가 못 한다는 걸 인정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이 아이는 본인의 속상함을 감추기 위해 밝은 모습으로 위장한 것이리라. 우리는 속상함마저 자존심에 감추며 살아가고 있다. 이리저리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하는 아이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나는 말해주었다.


"누구나 잘하는 게 있어. 그리고 그건 사람마다 다 달라. 그러니까 네가 못하는 게 아니야. 네가 잘하는 건 그게 아닌 것뿐이야. 엄마 눈이 작고 세현이 눈이 큰 것처럼 하나의 특징인 거야. 그래서 우린 늘 서로를 도우면서 살아야 해. 내가 잘하는 것을 서로에게 베풀면서. 근데 만약에 내가 잘하는 게 아니지만 정말 정말 간절하게 잘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때는 엄마에게 다시 말해. 잘할 수 있게 만드는 비법을 너에게만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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