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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한손수레 Nov 28. 2023

엄마가 엄마라서 미안해.


띠링.


한의원 앞에 주차를 하고 내리려는 찰나, 하이클래스 채팅이 왔다. 기본적으로 하이클래스 채팅은 날 불안하게 한다.


하이클래스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의 학교 운영방식 중 하나로 담임 선생님과 개인 번호를 주고받는 게 아닌 학교 어플로써 채팅을 할 수 있는 장치이다.


물론 공식적인 안내사항을 위해 오는 경우도 있지만 담임선생님의 다이렉트 채팅은 개별적인 이야기전달이 목적이다. 게다가 아들, 딸 모두 3일 정도 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인지라 촉을 바짝 세우고 있었다.


역시나.



어머니, 세현이가 열이 39도라고 보건실에서 연락 왔어요. 열이 나면 아무래도 위험하니 병원에서 열을 떨어뜨려야겠어요. 연락 주세요.



교통사고 통원치료는 다음을 기약하고 서둘러 차에 시동을 걸었다. 애기시절 열경기가 있었던 아들인지라 내게 열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물론 만 3세 이후로 경기를 한 적은 없지만 아이의 열경기를 본 엄마는 누구라도 나처럼 그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서둘러 학교에 도착해서 보건실로 달려갔다. 컨디션이 좋은 아들의 얼굴을 보자 조금 안심되었다. 선생님께 급하게 인사를 전하고 아이와 아동병원으로 향했다.


아들은 독감에도 팔딱거리며 에너지 방출을 하는 아이라 어렵다. 너무 팔팔한데 막상 열을 재보면 고열인 경우가 허다하다. 처지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더 섬세하게 촉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해도 빨리 발견을 못 하기도..


어제도 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컨디션이 좋으니 수액은 맞을 필요가 없다 했다. 그리고 오늘은 입원이 불가피하 다셨다. 고열이 며칠 동안 지속되고 편도염이 너무 심각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지속된 고열로 독감이나 코로나일까 봐 조마조마했는 데, 독감과 코로나가 아니어도 입원을 해야 한다니...


아이가 그만큼 아프다는 얘기인데 그 와중에 나는 통원치료로는 안 되겠냐 되물었다.


아이가 많이 아팠겠다는 속상함보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지금 학원은 중등부 시험기간이다. 얼마 전 교통사고로 이미 휴원도 진행했었다. 이는 아이들 아빠도 마찬가지니 그도 회사에서 눈치가 꽤나 보일터.


해맑게 엄마와 있는 게 좋다며 날 바라보는 아들을 보는 데 아주 잠깐 작은 한숨과 울컥하는 게 올라왔다. 도대체 요즘 왜 이러는 걸까. 잘 버티고 싶은 데 참 잘 안된다.


아이가 아플 때 워킹맘은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무 가시가 깊이 박힌 것처럼 미세하게 그리고 분명하게 나의 감각에 전한다.


"세현이도 일하지 않고 집에서 항상 잘 돌봐주는 엄마한테서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엄마가 미안해."


아이를 보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에 후회를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차 하는 순간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뭔 소리야."

퉁명한 아이의 말에 제대로 못 들어서 다행이다 싶던 찰나,


"엄마보다 중요한 건 없어. 엄마 아빠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다른 엄마가 필요한 게 아니잖아."


"..."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눈이 촉촉해졌다.


"고마워, 아들."


아들은 나의 말에서 나의 표정에서 나의 행동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두려워졌다. 그 마음까지도 눈치챘는지 아들은 웃으며 말했다.


"엄마, 원래 가족이 제일 소중한 거야. 나는 가족이 제일 소중해. 엄마도 가족이 제일 소중하잖아. 걱정하지 마. 폰도 있으니까."


그렇게 나는 아들을 입원시켰다. 아픈 아이를 병실에 홀로 두고 출근을 서둘렀다.


빨리오겠다던 약속과 달리 상담 전화까지 늘어졌다. 병실에 들어오니 밤 11시가 넘어섰다. 아빠와 딸이 저녁 시간 들렀다 집에 갔겠지만 막상 홀로 새근새근 자고있는 모습을 보니 짠하다.


기특하고 기특한만큼 미안하다.


아들에게 위로받고도 정신 못 차린 엄마다.

딱 오늘까지만 한숨 쉬자.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어차피 아들은 내가 없는 걸 더 원할텐데. 학교도 안가고 폰을 하루 왠종일 하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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