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진동 미이라 >
성남시 수진 역 앞길에는
천국을 향해 지나가는 미이라가 있다
웃음마저 늙어버린 깡마른 미이라는
무거웠던 원한의 쓰레기들만
바퀴달린 상여에 가득 싣고
하루 한 두 차례씩 끌고 가신다
화려했던 영화를 기억하면서
뜨거운 여름철에도 제법 멋 나는 수의壽衣로
온 몸을 빈틈없이 감싼 채,
고개 숙인 가슴에는 뉘우침의 땀방울을
뚝 뚝 떨구면서 걸어가신다
그녀도 직업은 있다
가끔씩 아무에게나 차비가 없다며
천 원씩 얻어 가시지만
치매를 고치기 위한 것도 아니고
맛있는 것을 사 드시는 것도 본 사람이 없다
먼 길 방향 잃어 헤매는 길
오로지 노숙자가 되기를 거부하며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 돈을 벌지만
누군가 열어 놓은 뒷문을 통해
슬며시 새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