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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Mar 06. 2024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가 아쉬운 이유

* 이 감상평에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만든 감독]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가 개봉 7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이 영화는 무속인(무당), 풍수사(지관), 장의사 등 한국의 전통적 무속신앙의 수호자를 앞세운 작품으로, 우리 땅의 특정 지점에 위치한 기이한 묘를 파헤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였습니다.


장재현 감독은 2015년 검은 사제들로 센세이션 하게 등장하였습니다. 국내에서는 전무하다는 '오컬트'장르를 표방한 이 영화는 감독의 데뷔작임에도 54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하였습니다.

사바하는 239만 명을 동원하며 전작보다 저조한 박스스코어를 기록하긴 했지만 단순한 심령, 공포물에서 벗어나 종교와 철학적 사유까지 포함한 내용으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5년 만의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요에서는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이 출연하며 장재현 감독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과 배우들의 선택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반증이었으며 한국영화를 비롯 전반적으로 침체된 영화계에서 오랜만의 좋은 감독과 배우가 뭉친 영화로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습니다.


[미국으로 날아간 무당]


우리는 지금껏 우리의 무속신앙이 한국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영 혹은 귀신은 한국에서만 머물면서 누군가에게 해코지한다고 생각했죠. 한편 이웃 일본에도 귀신은 있었습니다. 오니라는 불리는 도깨비가 대표적이지요. 파묘의 오프닝은 저 멀리 미국에서 시작합니다. 그것도 자본주의로 풍요로운 도시 LA의 어느 고급 병원이 무대입니다. 한국에서 날아온 귀신이 어린 손자를 괴롭히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극의 초반은 신선하고 미스터리 하며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인간의 욕망과 도깨비의 등장]


결국 모든 비극은 인간의 욕망에서 시작합니다. 재물과 부를 탐하던 자들은 건드리질 말아 할 것과 열지 말아야 할 것들을 열어보았습니다. 이는 감독의 전작에도 자주 등장하는 부분입니다. 인간의 마음 한켠에 자리 잡은 욕망, 두려움, 의심 등은 감독의 주요 소재입니다. 한편 이는 종교와 신앙의 주요 소재이기도 합니다. 여러 종교에서 이런 것들은 악, 악마, 사탄, 귀신 등 악한 존재들로 표현되고 있지요

도깨비불의 등장은 극의 중반을 나누는 요소입니다. 도깨비불이 등장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 '흉악한 것'의 실체가 점점 구체화되고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 지점이 영화의 호불호를 결정하는 순간입니다.

여기서 진짜 물리적 실체인 도깨비 = 일본귀신이 등장하죠.


일본귀신이 우리의 정기를 끊기 위해 지하에 잠들어 있었다는 소재는 실제적 존재인 쇠말뚝의 등장에서 더욱  일체화됩니다(이것이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에는 많은 논쟁이 있고, 그 실체가 없다는 것이 정론이라는 것을 관객은 알 수도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한편 감독의 전작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에서는 악이라는 것들이 물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해를 끼치는 장면은 없었습니다. 모두 악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의 발현들이었지 파묘의 도깨비처럼 직접 인간을 때리고 죽이는 것들은 아니었죠.


장재현 감독은 기독교적 신앙을 바탕으로 여러 종교에서 지적한 인간 본성에 대한 의구심에 집중했던 사람입니다. 파묘에서도 심리묘사와 긴장감, 의문과 스릴러 적 요소로 극 중반까지 이끌어가지만 물리적 실체가 전달하는 타격과 폭력에 대해서는 저는 물음표가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감독의 전작에 빠져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더욱 그런 감정이 들었겠지요


[파묘의 흥행이 이해되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묘는 잘 만든 영화입니다. 영화의 완성도 같은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좋은 감독, 좋은 배우, 좋은 각본, 좋은 배급사를 만나 흥행에 성공하고 있죠. 감독은 언론인터뷰에서 제 각본을 손대지 않은 투자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 투자했다라면, 사바하처럼 못 만드냐 하고 훈수 두었을지도 모르지요.

음식의 통용되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음식은 재료에서 7할이 나온다. 파묘는 그런 영화입니다. 신선한 소재와 열연을 펼친 배우들이 모였지요. 등장인물의 이름에 숨겨놓은 감독의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도 이 영화의 재미입니다.


이도현 배우가 분한 '봉길'의 이름이 봉길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장재현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 모르지만 '검은 수녀들(가제)'이 기획되고 있습니다. 검은 사제들의 후속 버전이죠. 공개된 대본집에는 작은 글씨로 검은 사제들. part2라고 적혀있지요.  한편 사바하를 열심히 보았던 사람이라면, 사이비 종교를 쫒는 박목사의 칼럼에 아가페 수녀원과 검은 수녀들이라는 말이 등장한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 오컬트 장르를 개척한 장재현 감독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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