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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Mar 06. 2023

쿠바를 가는데에는 이유가 필요하다

아바나, 아름다운 나의 도시-1

이제 본격적인 여행기의 시작이다.

이 여행기는 나의 감상이기도 하지만, 쿠바 방문에 대한 정보 또한 제공하려고 한다.


[쿠바로 가는 선택지]


대한민국을 출발하여 쿠바를 방문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루트가 있다.

1. 미국을 경유하여 방문 : 마이애미 - 하바나 노선을 이용

2. 미국을 경유하지 않고 방문 : 토론토-하바나, 멕시코시티-하바나 등


2번의 노선은 몇 년 전 이제훈과 류준열이 출연한 한 여행프로그램에도 등장하였다.

이때 류준열은 멕시코시티를 통해 입국했고, 이제훈은 토론토를 통해 쿠바로 갔다. (이걸 공부할 때만 하더라도 나는 단순히 그들이 1회 환승의 편리함 때문에 이 노선을 택한 줄 알았다. 그렇다 이것은 앞으로 사건의 복선이다.)


나는 1번 노선을 선택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였다. 2번 보다 약 100만원 저렴한 티켓 가격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번 노선에는 큰 단점이 있었는데 환승을 2회 실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이애미-하바나 노선을 운행하는 곳은 미 최대항공사 아메리칸 에어라인으로(AA, 이곳은 여객기 보유대수로도 전 세계 최대항공사이기도 하다) 인천-댈러스 직항이 있어 최종적으로 인천-댈러스-마이애미-하바나의 여정을 택했다. 덕분에 댈러스에서 2시간의 대기와 마이애미에서 6시간의 대기를 겪었다.

Malecon | 본인촬영 | 말레꼰은 내 숙소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쿠바 방문에는 이유가 필요하다]


AA의 항공권을 나는 인터파크 투어를 통해 결제했다. 당연히 한글로 여정에 대한 친절한 안내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알아보고 있었다. 아바나 여행의 주된 이유이기도 했던 말레꼰을 코 앞에 둔 마음에 드는 숙소가 있었다. 숙소를 결제하고자 할 때 나는 하나의 경고를 받았다.


유나이티드 항공 홈페이지에서 발췌, 단순 여행으로는 쿠바 방문을 할 수 없다.

아차, 나는 여행객일 뿐 특별한 목적과 사유가 있지는 않았다. 고민에 빠졌다. 항공권 결제를 완료한 상황에서 취소 수수료만 30만 원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둘러보니 쿠바 입국 시에 해당 사유를 체크하거나 인터뷰를 하지는 않는다는 내용을 보았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형 잘 지내시죠?


[또 다른 애니깽의 나라]


'애니깽' 이라는 단어가 낯익은 분들이 있을 것이다. 교과서에서 본 듯한 이 단어는 1905년 멕시코로 이주한 조선인 노동자를 부르는 말이었다. 이때 하와이에서도 한인이민역사가 시작되었는데, 안창호 선생을 비롯한 조선인 노동자들은 작은 월급을 모아 고국 조선에 보내며 독립운동의 자금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애니깽은 용설란의 품종 중 하나인 헤네켄(Henequen)의 스페인어 발음인 '에네켄'을 한국인 노동자들이 애니깽으로 부른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당시 에네켄은 이전 마야 문명 때부터 에네켄에서 추출한 섬유로 노끈, 밧줄, 해먹, 가방, 기타 생활 용품을 만들 정도로 중요한 식물이었다. 20세기 초에는 대형 선박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밧줄을 만들기 위해 에네켄을 엄청나게 길렀는데, 엄청난 노동력을 요구해서 이 농장에서 일할 인력을 구하려고 멕시코 농장주들이 지구 반대편인 한국까지 들어와 가난한 한국인들을 속여서 멕시코 농장의 인부로 데려갔다.(나무위키)

1924년 애니깽 중 일부가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이 임금과 처우가 낫다는 말을 듣고 쿠바로 이주했다. 100년 역사의 쿠바이민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서울로 돌아오기 전 제주 서귀포에서 1년간 근무하였는데, 외교부 산하의 어느 공공기관에 근무하였다. 외교부가 설립한 기관이다 보니 유독 해외출장이 많았고, 미국과 중국 일본과 같은 주요국뿐만 아니라 남미와 중앙아시아까지 안 가는 곳이 없었다. 당시 나는 경영지원부에 근무하여 해외출장의 기회는 없었지만 몇몇 동료들은 이미 관용여권을 소지하고 사증란이 부족할 정도였다. 그중에 쿠바를 공무로 다녀온 동기가 있었다.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나에게 많은 팁을 주었다. 본인은 공무상으로 출장이다 보니, 인도주의적 사업을 방문 이유로 선택했고(미국의 한인 유학생 커뮤니티에서도 이것을 선택하라는 답변이 여럿 있었다) 비상연락망은 KOTRA에서 운영 중인 아바나 무역관 사무소 전화번호를 적었다고 한다. 실제로 아바나 무역관은 주 멕시코 한국대사관이 영사업무 접수처로 사용하고 있다.


아바나 항 | 본인촬영 | 아바나 항의 일출 무작정 동쪽을 향해 걸었다.


[관광비자를 신청 아니 구매하세요]


무사증 입국, 직역하자면 사증 없이 다른 나라를 입국할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무비자 입국도 동일한 개념으로 쓰인다.(물론 구체적으론 차이가 있으나 이 글에선 생략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192개국을 사증 없이 입국이 가능하다. UN에 가입한 국가가 204개국이니 대한민국의 여권파워는 대단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쿠바는 우리나라가 수교하지 않은 4개국 중 한 곳이다. 당연히 무사증 입국이 불가능하다. 무사증 입국의 기본원칙이 협정과 상호주의인데 협정을 체결하지 않았으니, 전제부터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나라를 입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관광비자를 구매해야 한다. 어디서? 마이애미의 탑승게이트에서.


앞서 나는 미국경유와 캐나다 멕시코 경유의 루트를 소개했는데, 캐나다의 경우 티켓에 비자구매 구입비용이 포함되어 있어 승무원이 비행기에서 나눠주며, 멕시코 시티와 마이애미에서는 이를 구매해야 한다.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신청을 통해 미리 이메일 등으로 수령하거나 이것이 여권정보에 직접 입력되기도 하는 전자행정에 익숙한 우리 국민에게는 낯설기만 한 광경이다.

관광비자의 가격은 미화 100달러인데 놀랍게도 쿠바의 공무원이 나와서 비행기 탑승하는 게이트 앞에서 승객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비자를 판매한다. 다행히 카드결제가 가능하다. 가난한 나라의 달러벌이 수단이라고 나는 짐짓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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