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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Mar 08. 2023

수교하지 않은 나라로 가는 방법

아바나, 아름다운 나의 도시-2

인천, 달라스, 마이애미 멀고도 먼 쿠바

[수교하지 않은 나라]


1월의 어느 추운 날 인천공항에 왔다. 2016년 호주에서 돌아오며 인천공항을 온 이후에 입국장은 처음이다. 

(몇 년 전 외빈의 의전을 위해 공항에 온 적은 있었다.)

그렇게 나는 AA의 데스크로 갔다. 신분증과 여권을 내밀고 댈러스 행 항공기를 타러 왔다고 말했다. 


손님, 최종 목적지가 어디십니까?

아바나, 쿠바요

손님, 잠시만요 제가 발권이 어렵습니다. (그는 다른 누군가를 불렀다)

손님 방문하시는 곳이 쿠바가 맞습니까? 네. 

여정이 어떻게 되시지요? 댈러스, 마이애미를 거쳐 아바나로 들어갑니다. 

방문목적이 어떻게 되십니까? 비즈니스 미팅과 관광입니다. 

단순히 여행목적으로 방문이 어려우신 점 알고 계십니까?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나라는 대한민국과 미수교국으로 영사서비스와 로밍이 어렵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잘 알고 있습니다. 

댈러스와 마이애미에서 같은 질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비자는 보유하고 있으신지요? 마이애미에서 구입할 예정입니다. 

네 해당 국가는 미수교국으로 비자 없이는 방문이 불가능합니다. 알고 계십니까? 잘 알고 있습니다. 


대화를 하는 동안 매니저 호칭을 쓰는 그는 동료들을 불러 모아 발권을 시연하였다. 교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긴 두 번의 환승을 거쳐 미 수교국으로 입국하는 승객은 흔치 않을 테니 말이다. 


올드카에서 | 본인촬영 | 옆으로 말레꼰이 보인다. 올드카와 카리브해 나는 이걸 찾아 먼 길을 떠났다. 


[카우보이의 도시]


댈러스. 웰링턴, 휴스턴, 샌안토니오와 더불어 텍사스의 주요 도시이다. 그리고 미국 최고의 인기 풋볼팀, 댈러스 카우보이즈의 연고지이기도 하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포보스 선정 가장 가치 있는 스포츠구단에서 5년 연속 1위를 달성할 정도로 시장이 크다. 반면에 댈러스까지의 14시간 30분에 이르는 비행은 지옥이었다. 


인천-시드니 노선의 10시간 비행도 수차례 겪었던 나였지만 14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길었다. 3번의 기내식이 나왔고 2편의 영화를 보았다. 잦은 기내식과 음료 서비스 덕에 수면은 2시간을 넘기지 못하기 일 수였다. 나는 댈러스에 내리자마자 스타벅스로 달려가서 벤티 사이즈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카우보이의 도시 | 본인촬영 | 어느 식당이건 카우보이 모자를 쓴 사람들이 카우보이즈의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댈러스에서의 4시간은 꽤나 재밌었다. 내 옆자리에는 주한미군으로 근무 중인 한국인이 탔다. 꽤나 큰 체구의 그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AA항공기의 좌석은 크고 넓었다. 그는 출장으로 텍사스 인근의 미군기지에 방문 예정이라고 했다. 환승대기시간이 긴 그와 왓어버거(what a burger)에 방문했다. 댈러스라는 나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이 햄버거를 추천받았다. 기대반 설렘반으로 미국에서의 첫 햄버거를 먹었다. 그날 먹었던 더블패티 치즈버거 정말 짰다. 아 지금 나는 미국에 있구나. 


[ 미국 속 남미 마이애미]


미국 속의 작은 남미, 마이애미에 2시간의 짧은 비행 끝에 도착했다. 나는 이곳에서 6시간의 대기를 해야 한다. 미국 항공사의 남미노선이 마이애미 출발이 많은 데 이를 입증하듯, 히스패닉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나는 마이애미 공항에서 6시간의 노숙을 하는 동안 단 한 사람의 동양인도 만나지 못했다.(이게 시작일 줄이야)


12시가 안 된 시각에 마이애미에 도착 한 나는 공항 벤치에서 4시간을 보냈다. 새벽 4시가 되자 많은 승객(그들은 대부분 큐바노였다)들이 게이트로 모여들었다. 

이것이 문제의 관광비자이다. 뒷면에 무려 수기로 이름과 성별, 여권번호등이 적혀있다. 

이전 에피소드에서 관광비자 구매와 그것들이 그들의 달러 벌이 수단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을 목도했다. 05시가 되자 접이식 테이블이 하나 등장한다. 말쑥한 차림에 신분증을 맨 남자가 등장한다. 그가 마이크를 잡고 이름을 부른다. Seong 쎄옹 앞으로 나오세요. 그곳에는 카드리더기가 있었다. 


비자는? 없어 사고 싶어.

쿠바는 처음인가?

ㅇㅇ 처음임. 어디로 가지? 아바나. 온리 아바나? 현재까지는. ㅇㅇ 헤브 어 나이스 트립. 

짧은 대화가 끝나고 그는 능숙하게 카드를 승인했다. 


오전 6시, 아바나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동양인은 한명도 없었다. 승무원은 에스파뇰을 사용했다. 

마이애미 공항의 활주로 | 본인촬영 | 아바나로의 이륙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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