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을 걸으며 배우는 것들
출처가 아주 불분명하지만, 소크라테스가 플라톤을 보리밭으로 데리고 갔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보리밭 끝까지 걸으며 가장 큰 이삭을 꺾어오라는 소크라테스의 지시, 그리고 끝없이 망설이다 빈손으로 돌아온 플라톤. 우리의 인생은 마치 끝없는 보리밭처럼 선택과 후회, 그리고 고민으로 가득 차 있다. 삶이 수많은 가능성과 선택지의 연속이라 할지라도, 매 순간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 어렵다. 선택은 때로 실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진다. 그래서 때때로 더 나은 선택의 순간을 기대하며 기회를 흘려보내거나, 이미 지나간 선택을 놓고 후회하기도 한다.
보리밭을 걷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고민과 망설임은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의 순간들을 상징한다. 인생에서 선택의 기회가 여러 번 주어지는 것 같아도, 중요한 선택은 결국 한 번뿐이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더라도, 똑같은 선택의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우리는 새로운 선택을 마주할 때마다 조금 더 성숙해지고, 그전에 내린 선택들은 다음 선택에 흔적을 남긴다. 그 과정 속에서 누군가 성장과 삶의 순리에 닿을 수 있다면, 꼭 가혹하거나 슬픈 일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누군가의 마음의 평화를 해쳤다면, 그에게는 가혹하고 슬픈 일이 맞다.
주인공 팀은 보리밭을 돌아갈 수 있는 능력으로 같은 길을 다시 걸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반복된 선택이 항상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시간을 되돌려도 이전 선택이 남긴 감정과 경험은 여전히 그의 삶 속에 남는다. 결국 그는 매 순간을 충실히 살며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가장 큰 이삭을 꺾어오라는 미션 자체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항상 더 나은 선택이 있을 것 같고, 섣부른 선택의 결과는 후회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을 어떻게 살아가느냐다. 완벽한 선택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 순간에 충실한 삶이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보리밭 이야기는 결국 우리가 앞으로의 선택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플라톤이 빈손으로 돌아왔을지라도,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았을 것이다. 우리는 어바웃 타임의 팀처럼 시간을 되돌릴 수 없지만, 앞으로도 비슷한 선택의 순간들을 반복해서 맞이하게 될 것이다. 때로는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했다고 자책할지 모르지만, 그 모든 선택은 결국 우리의 삶을 이루는 일부가 된다. 그리고 우리에게 새로운 감정과 더 깊은 이해를 선사한다. 결국 인생은 우리가 내린 선택들로 만들어진 길을 걸어가는 과정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