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의 인연에 대한 태도
30대가 되면 인연에 대한 태도가 묘하게 바뀐다. “흐르는 대로 두는 거지”라며 쿨한 척하지만, 어딘가 불안이 스며있다. 과거 겪은 실망과 상처로 스스로 만든 방어기제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같은 연극을 반복하는 순간들이 있다. 더는 관계에 기대를 걸고 싶지 않아 조용히 한 발짝 멀리서 관망한다. 마음이 마모되지 않도록 애쓴다.
한때 나는 어디서나 쉽게 인연이 생긴다고 믿었다. 실제로 그랬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 친구의 친구를 통해, 혹은 우연히 마주친 누군가와도 진심으로 통했다. 마음을 열고 노력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인연에 덜 간절한 척, 가까워지지 않아도 괜찮은 척하며 스스로를 설득한다. 마치 애쓰지 않음으로써 상처받을 가능성을 줄이려는 듯이. 쿨해 보이려 하지만, 그 무심함은 어딘가 억지스럽다.
언젠가부터 나는 귀인이 알아서 찾아와 주길 바라는 환상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보통 세상은 노력하지 않는 이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여전히 느긋한 척, 통달한 척하며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지만, 문을 닫고 집에 돌아오면 그 쿨함이 얼마나 허술한지 깨닫게 된다.
관계에 소극적이었던 순간들이 수도 없이 떠오른다. 남은 2024년은 먼저 손을 내밀고 싶다. 기대를 버린 척하지 않고, 마음을 열어 진심을 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