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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하획기 Nov 08. 2024

낚시를 다녀오며

부모님에 대한 생각

어머니가 주말에 수육을 먹으러 집에 오라고 했다. 겉절이를 하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집에 오는 김에 함께 낚시를 가지 않겠냐고 물었다. ‘저수지?’ 라고 묻고는 일이 바빠 사라졌다. 저녁에 카톡을 보니 보니 ‘바다.’라는 답이 와있었다.


토요일에 집에 오니 어머니만 있었다. 아버지는 당연한듯 5.5일을 일한다. 직장인이 되고 생각해보니 토요일 근무는 너무 가혹하다. 주말에 놀러가자고 조르지 말걸. 그만 자라고 깨우지 말걸. 그 시절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서야 후회해본다.


옷 똑바로 입고 다니라는 잔소리가 듣기 싫어 “낚시 가려고 옷 대충 입고 왔어.” 하며 문을 들어서니 어머니가 놀란다. “너 간다고 안 했잖아.” 카톡을 보니 ‘바다.’로 대화가 끝나있었다. 아버지도 안 가는 줄 알고 있다고 하시기에 전화를 드렸다.


화성 바다에 가기로 했다. 부모님은 거기서 주말 농장을 하신다. 투자로 산 땅이면 그냥 놀리지 왜 힘들게 농사를 짓고 있냐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재밌으시단다. 재밌으면 해야지. 화성 위치는 알았지만, 바다를 접하는지는 처음 알았다.


“요즘 고기가 잘 안 물어.”, “별 재미 없을 수도 있어.” 아버지가 운전하며 계속 밑밥을 까셨다. 아버지 눈에는 고기 안 문다고 징징거리는 어린 아들 모습이 보이나보다. 아버지와 언제 마지막으로 낚시를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러실 수도 있겠다.


만조 시간이 가까울수록 수위가 오르는 바람에 계속 높은 곳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사람이 계속 모이자 낚시할 자리가 없어졌다. 아버지와 나는 사람이 없는 등대 옆 폐선에 오르기로 했다. 어머니는 올라가기 힘들다고 등대 옆에서 쉰다고 했다.


낚시를 하다가 뒤를 돌아봤는데, 어머니가 등대 옆에 쪼그려 앉아 계셨다. 어릴 때 어딘가 놀러 가면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누나와 나를 맡기고 혼자서 기다리시곤 했다. 나이든 어머니 모습이 눈에 자꾸 밟혀서 미끼를 빨리 털고 폐선에서 내려왔다.


집에 돌아가려고 노을을 등지고 셋이 걸었다. 만나는 사람은 없냐고 물어보셨다. 연초에 노을을 봐도 감흥이 없는 사람을 만났었다고, 오래 만날 수는 없겠구나 생각했다고 답했다. 만나지 않을 때에도 생각나는 사람이 생기면 먼저 말하겠다고 했다.


누나에게 두 아이가 생기고, 조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버린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 돌아오는 차에서 조카들을 사랑으로 대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생각났다. 내가 받은 사랑을 3인칭으로 바라볼 수 있다. 내가 슬프고 힘들면 부모님 가슴은 찢어지겠지.


행복한 소식만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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