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하획기 Aug 12. 2024

선 안의 삶

하염없이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때론 삶이 누군가 그어둔 선 안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 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모두가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마치 모든 길이 선 안에만 있는 것처럼 하염없이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선 밖으로 나가는 것은 위험이자 불안이며, 고독을 동반한다. 선 안에서 사람들에게 받는 시선과 건네 받는 한마디는 어쩐지 위로와 안심이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 부모님은, 나는 언젠가 영원히 안에서 살기를 택했나보다. 그렇게 익숙한 길을 따라가다 보면 보상으로 적당한 안락함이 주어진다. 다들 틀림없이 올바른 방향을 가고 있을 거라는, 다소 귀납적인 확신의 형태로.


 거센 파도를 만날 일도 없고, 모험을 찾을 필요도 없다. 그냥 흘러가는 계절 속에서, 비슷한 풍경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이런 삶이 주는 안정감을 지루하게 느끼는지 가끔은 나에게 대답을 강요해보기도 한다. “어쩌면 그런가봐.”라는 혼잣말이 듣고 싶은 것처럼.


 물론 선 안의 삶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 매일 아침이 다르고, 매일 저녁이 다른 것처럼 모든 하루는 미묘하게 다르다. 하지만 그 미묘함이 선 안에 남은 것에 대한 위안이었는지 핑계였는지 가끔 혼란스럽다.


 선을 밟고 걸었던 때가 있다. 선 밖의 삶이 아니었음에도 위험했고 불안했고 이해받지 못해 고독했다. 하지만 그게 정말 나쁜가. 그게 나쁘다는 것도 선 안의 기준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Everything Bagel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