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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현 Oct 09. 2024

번외 편.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

엄마.

나는 엄마를 너무 사랑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할 수 있겠지만 유럽여행을 하면서 그 감정을 깊고 입체적으로 깨달았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무조건적이며 헤아릴 수 없다지만,

자식 또한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이 무한정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절대적으로 내 감정을 엄마에게 표하지는 않았지만, 내 모습, 내 행동, 내 감정을 통해 스스로 깨달았다.

'아, 나는 엄마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근데 정말로 사랑하면 말로 글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마음의 크기에 미치지 못한다.

내 마음은 이렇게나 진실되고 깨끗하고 큰데 이 마음에 딱 들어맞게 표현할 말과 글이 없다. (아쉽다.)

이 감정은 참 신기하고도 신비로운 감정이다.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은 너무나 당연하고도 당위적인 것이어서 이것을 짚고 스스로 인지하고 살아가지 않는다.

그냥 주변에 떠다니는 공기처럼, 숨을 쉬는 행위처럼 무의식적이고도 자연스러운 행위이다.

그런데 잠시 멈춰 서서 큰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행위를 통해 아 내가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구나를 깨닫게 된다.

이처럼 나는 엄마와의 단 둘이 여행에서 엄마를 바라보고 엄마와의 관계를 재인식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곤 엄마를 무지막지하게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일상 속에 브레이크를 걸고 ‘아, 엄마를 표현할 길이 없이 사랑하는구나 ‘라고 숨을 내쉬어본다.



엄마의 모든 순간들을 담고 싶다. 예쁜 모습뿐만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모습, 제일 엄마다운 모습을 놓치고 싶지가 않다. 엄마가 행복한 순간, 진심으로 좋아 웃는 순간들을 다 담고 싶다.

엄마의 웃음, 엄마의 주름, 엄마가 처음 경험하는 모든 순간, 순수하고 아이 같은 모습, 좋았던 슬펐던 행복했던 서툰 모든 모습들을.

사진작가님이 함께 동행하며 엄마의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담아줬으면 바란다.

나의 순간보다 엄마의 순간을 더 담고 싶다.

자연스러워서 행복한 모습들을 가족 단톡방에 올리면 엄마는 항상 못생긴 모습만 올린다고 불평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모습들이 좋다.


엄마와 나 사이의 모습에서 지난 연애를 떠올린다.

못생기게 나온 나의 모습을 보며 좋아하고, 프로필 사진을 하고 배경화면까지 설정하던 그의 모습에서 아, 그가 느꼈던 감정도 이런 감정이구나. 그 시절 나를 정말로 사랑해 주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새삼 고맙다는 마음을 떠올려본다.

그런데 나는 이런 감정을 엄마에게서만 느낀다. 그렇게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엄마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여행사진을 다시 꺼내어 볼 때도 나보다 엄마의 모습을 더 찬찬히 본다.

동영상을 보고 울고 웃으며 추억한다.

그 누구와의 여행에서도 상대방에게 먼저 관심을 기울이고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내 얼굴과 내 모습을 우선적으로 보았다.

하지만 엄마와의 여행에서는 엄마의 모습을 먼저 바라본다.


엄마가 좋으면, 엄마가 행복하면 그 나라, 그 공간이 더 좋아진다. 나도 감정의 전이가 일어나 더 행복하다.

엄마가 흥미가 없으면 나 또한 기분이 안 좋다.

안 좋은 기분을 엄마에게 짜증으로 내비친다. 그것이 엄마를 더 힘들게 할 걸 알지만 나는 속상함을 짜증과 화냄으로 표현한다.

나는 엄마가 다 좋았으면 좋겠는데. 모든 게 신기하고 모든 게 낯설어 그 낯섦이 설렘으로 다가왔으면 바라는데.

처음은 설렘이 될 수도 있지만 두려움이 될 수도 있고, 거부감이 될 수 있고,

새로운 경험은 별로일 수 있고, 비교할 수 있고, 재미없을 수 있는데.

엄마가 행복하기만을, 즐겁기만을, 모든 여행이 좋았던 추억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딸의 욕심에

 왜 엄마는 즐기지 못하냐, 왜 투덜거리냐, 왜 새로운 걸 도전하지 못하냐 핀잔을 준다.

알면서. 사실 아는데. 내 감정이 먼저 앞서 엄마의 감정을 존중해주지 못한다.


못나고 서툰 딸이다. 동시에 30을 앞두고도 나는 여전히 엄마에게 사랑을 받고 싶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동시에 내가 엄마에게 바라는 모습을 사실 나 또한 엄마에게 해주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다정한 말, 배려있는 행동과 존중하는 마음.


그 모습을 알면서도 내 속상함이 우선되어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렇게 나는 또 후회하고 엄마에게 던진 화살이 되돌아와 나의 마음에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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