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해외살이(뉴질랜드)를
위한 자세

by 삽질

2년 만에 뉴질랜드 생활을 정리하고 2021년 1월에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뉴질랜드에서의 생활을 돌아보면 아쉬웠던 점이 많습니다. 그 아쉬움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돌이켜 보는 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나중에 저희 가족이 다시 뉴질랜드에 돌아갔을 똑같은 실패를 해서는 안 되니까요. 성공적인 해외 살이를 위한 자세가 무엇인지 제 생각을 적어보겠습니다.




명확한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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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뉴질랜드에 갔을 때 3개월 정도 되는 어학코스를 수강했습니다. 대학입학과 연계되어 있는 코스였죠. 그곳에서 한인, 중국인, 인도인과 함께 수업을 들었습니다. 한인분 중에 40대 초중반 아주머니가 계셨어요. 아이들의 학업을 위해 이민을 오신 분이셨죠. 본인이 대학원에 입학하여 자녀들에게 필요한 비자를 마련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영어실력은 솔직히 정말 별로였습니다. 과연 대학원 수업을 들을 수 있을까 걱정이 들 정도였죠. 하지만 그분은 저희가 한국에 귀국한 뒤에도 불굴의 의지로 학업을 이어나가시더니 결국 박사까지 땄습니다. 물론 종합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한 것이 아니라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내신 거죠. 아이들의 학업을 위해 그 고통을 이겨내신 겁니다.


저희 부부가 뉴질랜드에 갔을 때 솔직히 명확한 목표가 없었습니다. 절반은 한국 사회로부터의 도피, 절반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모험이었죠. 뉴질랜드에 살아야 하다 보니 영주권을 목표로 달렸던 것이었고요. 하지만 영주권을 취득할 조건이 되자 저희에게 뚜렷한 목표가 사라졌습니다. 굳이 뉴질랜드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된 것이죠. 만약에 저희 부부에게 아이가 있었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됐을 것 같습니다.


외국 살이는 살아남기에 가깝습니다. 여행에서 느끼는 설렘과 환상은 그리 오래가지 않지요. 그렇기 때문에 명확한 목표가 없다면 살아남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선택권이 있기 때문이죠. 같은 고생을 하더라도 한국에서 하는 편이 나으니까요. 만약에 한국에선 답이 아예 없는 경우라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는 동기가 생기지만 그렇지 않다면 귀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명확한 목표 없이 환상을 찾아 외국 살이를 한다면 성공적인 정착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비교, 비교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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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뉴질랜드에 도착해서 환상에 젖어 살았습니다. 하지만 학업과 일, 일상생활을 하다 보니 결국 현실에 발을 딛고 살게 되더군요. 정신을 차리게 됐습니다. 세상 어딜 가나 힘듦은 존재합니다. 비교는 그 힘듦을 부각하는 역할을 합니다.


일을 하면서 한국에서 교사 생활을 했을 때와 자꾸 비교를 하게 됐습니다. 뉴질랜드 어린이집에선 팀으로 일을 하고 하루 종일 주어진 휴식시간 이외에는 쉴 수가 없지요. 교실에서 온전히 혼자 생활하며 아이들 하교 후에 즐기던 여유가 무척 그립더군요. 넉넉한 방학도 그리웠고요. 월급도 한국에 있을 때 더 많이 받았습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비교를 하면서 더 힘들어졌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비교를 많이 했습니다. 우리나라 물가가 비싸다 하지만 그래도 비싼 만큼 퀄리티가 좋은 것 같습니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음식에 대한 욕구가 별로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 음식을 어떻게 이 돈 주고 먹지?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뉴질랜드가 굉장히 외진 섬이고 공산품을 전부 수입하다 보니 정말 후진 제품을 비싸게 사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물건도 다양하지도 않고요. 뉴질랜드의 행정 시스템도 느린 편이어서 불편한 점이 있었고요.


비교는 어디에 살던 인생을 갉아먹는 필요 없는 행위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선 비교와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하죠. 특히나 외국 살이에서 비교하는 걸 조심해야 합니다. 그곳에 살기로 했다면 그곳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잘 적응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편이 현명하죠. 마음을 내려놓고 보면 현지의 더 많은 장점이 보일 것입니다.


내가 왕년에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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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교사로 산다는 건 어느 정도의 신원을 보장해 준다는 것을 뜻합니다.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했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나름의 지식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죠. 하지만 외국에서 산다는 건 주류사회에서 벗어나는 걸 뜻합니다. 과장해서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사는 동남아시아 외국인 정도의 등급으로 전락하는 것이죠. 어쨌거나 우린 그 나라에 살기 위해 외국에서 넘어온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동양인이니까요.


뉴질랜드만큼 외국인에게 관대하고 포용적인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 그들이 가진 인간에 대한 평등한 시선은 외국인이 뉴질랜드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하지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문화가 어떻든 간에 본인이 가진 편견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런 좋은 조건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주어진 환경을 해석하는 건 본인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졌던 권위 의식을 그대로 뉴질랜드로 가져간다면 자신만 괴로울 뿐입니다. 저 또한 그랬고요.


뉴질랜드 문화 자체가 직업, 인종, 교육 수준 따위에 크게 얽매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본인이 대접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갖는 건 뉴질랜드 문화에 녹아들지 않겠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본인이 얼마나 대단한 직업을 가졌든 뉴질랜드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니까요. 그런 사회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감히 그들 위에 서겠다는 건 말이 안 되겠죠. 왕년에 어떤 일을 하셨든 본인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가졌든 겸손하고 또 겸손한 마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계를 인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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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부는 뉴질랜드 사회에 동화되어 사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굳이 한인 사회에 기대어 외국에 사는 의미를 퇴색시키고 싶지 않았죠. 그렇게 사는 게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일종의 쿨병? 같은 것에 걸려있었죠. 그래서 저희는 한인들을 많이 만나지 않았어요. 자연스러운 만남을 제외하곤 말이죠.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뉴질랜드 사회에 완전히 동화된다는 생각은 욕심인 것 같습니다. 문화, 언어, 사고방식처럼 이미 우리 안에 자리 잡은 확고한 정체성은 원한다고 쉽게 지울 수 있는 게 아니더군요. 어린 나이에 외국으로 이민 온 분들도 이러한 정체성의 혼란을 꼭 겪는다고 말했습니다. 자기가 한국 사람인지 아니면 뉴질랜드 사람인지 헷갈린다는 것이죠. 어느 그룹에 자신을 분류시켜야 할지 모르는 제3의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성인이 된 뒤에 뉴질랜드에 온 사람은 오죽하겠습니까. 차라리 한계를 인식하고 적당히 뉴질랜드에 녹아들고 적응하면서 자신만의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현명한 것 같습니다.


반면에 영어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오랫동안 뉴질랜드에 정착해 사는 분들 중에 영어를 잘 못하는 한인들이 꽤 많았습니다. 보통 자녀들은 원어민이 됐으니 자녀들에게 의지해서 살아가고 계시더군요. 본인이 행복한 생활을 한다면 당연히 지적할 부분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외국 살이를 해야 한다면 언어는 수준급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더 많은 가능성들을 품을 수 있고 삶이 윤택해질 수 있을 겁니다. 언어를 통해서만 현지인과 가까워질 수 있고 현지 사회에 어느 정도 녹아들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뉴질랜드에 성공적으로 정착하셨던 한인 분께서는 끊임없이 영어공부를 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돈, 돈,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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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가서 살다 보면 정말 돈이 줄줄 셉니다. 이주 비용뿐만 아니라 비자, 학비, 렌트비처럼 돈 쓸 곳이 많고 가격이 만만치가 않죠. 저희 부부도 학비만 6천만 원가량 썼습니다. 그 외에 다 합치면 거의 억에 가까운 돈을 굉장히 빠른 시간에 썼어요. 다행히 저희는 빠르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기에 막판에는 오히려 돈을 모을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저희 부부는 뉴질랜드를 떠나기 전에 분양받은 집이 있었습니다. 사실 투자 목적도 아니고 제가 총각 시절에 살기 위해 마련한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희에게 굉장히 든든한 자산이 됐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던 케이스죠. 하지만 '운'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이런 자산을 마련해 놓는다면 해외 살이하는 데 많은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만약에 한국에 집이 있으면 전세를 주거나 월세를 줘서 현금흐름을 만들어 뉴질랜드 생활비로 충당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또 좋은 일이고요. 나중에 완전히 해외에 정착하고 살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한국에 있는 자산을 처분하고 해외 자산을 매입하면 될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투자를 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용당하는 것보다 이용하는 편이 현명한 선택이겠죠. 돈을 잘 다루는 만큼 안정적인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게 해외든 한국이든 말이죠.





성공적인 해외 정착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꼭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한국에 돌아온 저희는 오히려 더 좋은 일들을 많이 있었고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거든요. 저희 부부처럼 '그냥' 살아보는 것만으로도 인생에 굉장히 값진 경험으로 남기도 합니다. 다만 이왕 나가서 사는 거 더 열심히 살아봐야 얻는 것도 많겠지요. 어떤 이유로 나가시든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즐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