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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Dec 29. 2023

옥희의 영화

이선균 배우를 추모함

이선균 배우를 처음 알게 된 건 단편영화 때문이었다. 이선균은 아직 무명이던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몇몇 단편영화에 출연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나는 건 <히치하이킹>(최진성, 2004)이다. 이 영화는 꽤 많은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엔딩에 나오는, 모두가 아닌척하는 댄스가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 이선균이라는 배우를 기억하게 되었다. 이후, 이선균은 여러 영화를 거쳤지만, 결국은 (모두 알다시피) 드라마로 뜨게 된다. 그리고 영화에서도 주연배우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이선균 하면 떠올리는 영화는 <옥희의 영화>(2010),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2), <우리 선희>(2013) 같은 홍상수 감독님의 작품들이었다. 내가 보기에 그의 매력이라고도하고 단점이라고도 하는 저음의 목소리 톤과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다. 홍상수의 모든 남자 캐릭터는 여자(혹은 섹스)에 눈이 먼 찌질이겠지만, 그런 찌질함을 엄마 젖을 찾는 아이의 칭얼거림처럼 밉지 않게 연기한 배우가 이선균이라고 생각한다. 


이선균이 단편영화에 출연하던 시절에는 나 역시 단편영화를 만든다고 돌아다닐 무렵이었다. 이선균이 스타로 올라섰을 때, 놀라움보다는 신기함이 컸다. 마치 옆에서 보던 사람이 어느 날 유명한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이다.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섰을 때도 어릴 때부터 알던 사람을 TV에서 보는 기분이었다. 


그런 사람이 사망했다. 나와 같은 시대의 배우가 사라졌다. 함께 나이를 먹으면서 친밀함을 느끼던 사람이 너무나 일찍 세상을 등졌다. 김광석처럼 신해철처럼 말이다. 아쉽다. 그동안 이선균의 작품을 보면서 욕도 하고 칭찬도 했는데, 이제는 욕도 할 수 없게 되었네. 봉골레 파스타~ 같은 썰렁한 성대모사도 끝이고.

<옥희의 영화>에서 보여준 이선균의 캐릭터는 이후 많은 영화에서 변주되었다고 생각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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