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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Feb 09. 2024

브레이킹 배드

시즌 3까지의 감상 후기

겨울이 되고 <브레이킹 배드>를 보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에피소드 혹은 두 에피소드씩 차근차근. 그동안 이 들라마에 대한 상찬은 많이 들었지만 왠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브레이킹 배드> 시즌 1~3까지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옛날에 나온 드라마니까 이미 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미 여러 이야기가 돌았을 것이다. 이 글은 뒷북이겠지만, 그래도 장정일이 그랬던가? 내가 보지 않은 소설은 세상에 없는 소설이다. 그러니까 나에게 있어서 <브레이킹 배드>는 이번 겨울부터 존재한 셈이다.


마약 제조자 짝꿍인 월터 화이트(우)와 제시 핑크맨(좌)은 고등학교 교사와 제자였던 사이다.

<브레이킹 배드>는 화학교사인 주인공이 폐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돈을 남겨주기 위해서 마약을 만드는 이야기다. 화끈하고 경쾌한 범죄물은 아니고 <나의 아저씨>처럼 삶을 견디는 내용이다. 간신히, 근근이 버틴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또 넘긴다. 그래서 스토리가 시원하게 진행되기보다는 답답한 편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건 주인공 월터 화이트의 역설적인 생존이다. 처음 마약을 만들기 시작한 시점에서 월터의 동기는 (범죄긴 하지만) 순수했다. 화학 지식을 이용하여 마약을 만들어 팔면 적어도 자신이 죽은 뒤 아내와 아들 그리고 뱃속의 아이(아내가 임신 중이라는 설정은 워낙 강력했다)에게 조금의 돈이라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이를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시즌 3까지 본 지금 느끼는 건, 본인 하나 살자고 참 많은 사람이 죽었구나, 하는 아이러니다. 처음 시작은 학교의 경비 아저씨부터다. 암환자인 월터가 종종 화장실에서 구토를 할 때, 자신이 치울 테니 수업을 들어가라고 말했던 착한 경비 청년은 월터의 오물을 거꾸로 뒤집어쓴다. 월터가 마약을 만들기 위해 훔친 과학실 비품이 경찰에 적발되면서 마약 전과가 있던 경비 청년의 집에서 대마초가 나오면서, 직장을 잃고 만다. 월터 대신 희생당하는 첫 번째 인물이며 복선의 시작이 된다. 


월터부터 시작한다. 결국 동서(처제의 남편)인 행크가 총을 맞는 것도 게일이 죽는 것도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도 심지어는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것도 월터가 마약을 만들면서부터 시작된 나비효과가 아닐까?


물론 이런 주장은 과장이다.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다. 아내가 바람을 피운 건 아내 잘못이 더 크다. 이를 월터 탓으로 돌리는 건 말이 안 된다. 월터가 마약을 만들지 않았더라도 행크는 멕시코에서 총을 맞았을 수 있다. 아내도 결국엔 딴 남자를 만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월터의 결심이 궁금해진다. 자신으로 인해 계속해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본인 손에도 피를 묻히는 상황을, 월터는 어떻게 생각할까? <시즌 3>까지 본 나는 (이미 완성된) <시즌 4>와 <시즌 5>를 본 뒤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궁금하다. 과연 월터는 얼마나 죄책감을 느낄까? 혹은 죄책감을 피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까. 정신이 무너지진 않을까? 자신이 죽은 뒤 생활비를 남기고 싶었던 최초의 변명과 맞먹는 새로운 당위성을 찾아낼까? 궁금하다. 궁금한데 보기는 힘들다. 


<브레이킹 배드>는 편안한 드라마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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