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서민들의 일상을 섬세하게 담은 다큐멘터리
내 5,001번째 영화는 포르투갈 감독 마누엘라 세라의 1985년 작 <사물의 움직임>이었다.
서울에 갈 일이 있어서 시간에 맞는 영화를 고른 것뿐인데 생각보다 영화가 좋았다. (물론 조금 졸았다) 나중에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굉장히 사실적인 극영화인가 싶었다. 식사 장면 같은 경우는 다큐라기보다는 리얼리즘을 극대화한 연출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옥수수 껍질을 벗기는 시간(인지 잔치인지)을 보면 젊은 남녀들이 노래, 춤을 추며 은근히 주변을 (혹은 이성을) 의식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이게 극영화가 아니라면 매우 섬세하게 관계성을 포착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면의 색감이 좋았다. 80년대의 다큐멘터리라면 아마도 16mm 필름을 쓰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쩌면 그렇게 근사한 장면들이 많았는지 모르겠다. 초반부의 아침 장면에서 사람들이 집을 나서는 장면들은 마치 카멜의 앨범 재킷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햇빛을 이용하는 방식이라든지 나무와 건물의 조화, 풍경을 잡는 방식도 멋졌다. 내가 아는 촬영감독님은 독립영화는 예산이 없으니 미술에 힘을 주는 대신 로케이션이라도 잘해야 한다고 누누이 (사실은 나에게) 말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오랜만에 서울아트시네마에 갔는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토요일이라 사람이 많은 건지 이 영화가 유명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신기하기도 했다. 구랍 30일,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성냥공장 소녀>를 봤을 때는 관객이 열 명도 안 되었던 것 같았는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