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이 끌리는 이유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군>(박훈정, 2024)이 어떤 내용인지, 드라마를 보기 전에는 몰랐다. 드라마를 보다 보니 같은 감독이 연출한 <마녀> 시리즈의 프리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개는 사전에 작품 정보를 보지 않는 편인데, 그게 또 보는 맛이 있다.)
<폭군>은 우연히 발견한 초인 바이러스(바이러스 이름이 폭군이다)를 지키려는 국내 정보 조직의 이너서클 최국장(김선호 역)과 살인청부업자 같은 일을 하는 채자경(조윤수 역)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 바이러스를 빼앗으려는 미국의 정보조직 헤드원의 폴(김강우 역)이 등장한다.
여기서 미국 쪽 정보조직이 폭군 바이러스를 가져가려는 이유는 한 가지다. 한국은 허락 없이 강력한 무기를 가지면 안 되니까. 그래서 핵무기도 개발하지 못하게 반대했고 ICBM도 못하게 막았다. 극 중 최국장은 폴에게 화를 낸다. "왜 우린 하면 안 돼"냐고.
응, 안 돼.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미국에 위협이 되는 세력, 나라, 인물은 버틸 수가 없다. 그런데 웃기는 건 그걸 무력화하면서 꼭 정의를 내세운다는 점이다. 그렇다. 정의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힘 있는 사람의 것이었다. (차라리 좋은 척이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완성도와 스토리는 별개로 <폭군>이 흥미로운 건, 드라마 속 상황이 실제로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폭군 바이러스는 없었어도 비슷한 바이러스는 있지 않았을까? 우리가 뭘 하려고 하면, 우리보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눈치를 더 챙기는 사람들이 있지 않았을까? 혹시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국내 정보조직에서 활동하는 외국의 스파이가 있지는 않을까?
한국 사람이지만 한국보다 외국의 어떤 나라를 더 위하는 사람이 있다는 의심의 목소리가 커지는 지금, <폭군> 같은 사연이 없으라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그 옛날의 <컨스피러시>(리처드 도너, 1997)처럼 아무렇게나 주절거렸던 음모론이 진짜로 맞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흠좀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