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백성의 나라였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전,란>(김상만, 2024)을 봤다. 임진왜란과 왜란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제목에서 보듯 전쟁과 반란을 다룬 영화다.
영화는 정여립의 모반사건, 즉 대동계 이야기로 시작된다. 정여립은 조선이라는 신분사회에 어울리지 않았던 이른바 공화주의자였다. 그는 신분/계급을 타파하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꿨다. 신분과 계급체계로 이루어진 조선, 그리고 선조의 입장에서는 체제를 거부하는 반역자였고 처단당했다.
영화는 계속해서 신분과 계급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를 평행편집으로 보여준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초반에 등장한다. 선조가 궁을 떠나 피난을 갈 때였다. 분노한 백성은 경복궁을 불태우고 피난을 가려는 왕을 가로막는다. 그러자 선조는 호위군을 시켜 선조의 길을 막는 사람들을 죽이라 명한다. 한편 천민이 주축이 된 또 다른 백성들은 의병을 조직하여 왜군과 맞서 싸운다. 이 두 개의 사건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왕, 귀족, 무사들은 백성을 죽이고 백성은 나라를 지키겠다고 왜군을 죽인다. 이런 사건이 임진왜란 때만 있었던 건 아니다. 늘 그랬다. 신분사회에서 고초를 당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나라와 체제를 지키려 했다. 아이러니하다.
결말부의 설정도 인상적이었다. 임진왜란 당시 우리 백성의 코를 베어가던 왜군 장수 비귀는 전쟁이 끝난 뒤 한국인으로 위장하여 본토로 돌아가려다 잡힌다. 하지만 선조는 비귀를 복권시킨 뒤 자신의 부하로 삼는다. 그리고는 임진왜란 때 공을 세워 면천(노예에서 벗어나는 것)하려던 사람들이 나라로부터 배신을 당한 뒤 반란군이 되자, 그들을 진압하는데 이용한다. 아이러니하다. 왜군장수가 왕의 군사가 되어, 왜군과 싸우던 의병을 합법적으로 죽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도 어디서 본 듯하다. <암살>(최동훈, 2015) 같은 영화를 보면 일제 강점기 때 일본 경찰이었던 염석진(이정재 역)이 해방 후 경찰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역사는 반복되고 기시감은 계속된다.
지난달 이창동 감독님 GV를 갔을 때, 좋은 영화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창동 감독님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했다. <전,란>은 많은 질문을 품고 있었다.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영화였다. 하지만 가슴이 아파서 두 번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