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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클레어 Jan 24. 2024

조교 인수인계를 받고 왔어요

2024년_조교이자 취준생인 사람의 기록

다니던 대학의 소속학과에서 1년 간 조교를 하기로 했던 나. 


2월부터 근무시작이라서 마냥 집에 퍼져있었는데 요즘 올라오는 신입디자이너 채용 공고를 보고 정신이 번뜩 들었다.


"아, 취준생이지... 미쳤나 봐"


조교를 하기로 한 건 디자이너로서의 취업준비가 부족해서였던 건데 까맣게 잊고 잠만 많이 잤던 나는, 새삼 취업에 대한 준비도가 거의 0에 수렴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곤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남들보다 늦어짐과 동시에 공백기가 생긴다는 사실과 최종목표를 아예 책상에 써 붙여놓고 매일 자극을 주며 현실직시와 멘털관리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 차려 너 백수야...


바로 직전에 작성한 글에도 이에 관련 내용이 담겨있듯이 나는 정말 하루종일 집에서 누워있었고 막연한 불안감을 외면하고 있던 상태였다.(최악이었던 내 생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상을 보내던 중 조교 인수인계 알림 문자가 왔다.


3일 간 15시간의 인수인계를 받으러 오래간만에 7시에 기상을 했다. 9시까지 출근을 위해 아침 찬 공기를 맞으며 푸른빛의 설렘이 가슴을 두드리는 감각을 안고 셔틀버스에 올랐다.


내가 맡은 직무는 행정조교다. 과사에는 교육조교님과 행정조교님 두 분이 계셨는데 행정조교님께 인수인계를 받으면 되는 것이었다.(다행히 두 분 다 친절하신 분들이셔서 큰 부담 없이 인수인계를 잘 마무리했다)


인사를 드리고 조교님 옆자리에서 업무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다이어리에 내용을 기록해 나갔다. 행정서버 사용법과 업무처리 과정, 담당해야 할 일 등의 기본적인 정보들이 첫 순서였다.


행정조교와 교육조교의 담당업무는 명확히 구분되어 있음과 동시에 가지 수가 많아서 학생들이 어느 분께 연락을 드려야 할지 혼동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고, 각 업무를 함께 처리하는 건 불가하다는 걸 숙지할 필요가 있었다.


* 행정조교(행정사무원)의 대략적인 업무

학적과 성적, 학위사정에 대한 전산업무, 재무(학과 예산계획 수립 및 사용), 일반 사무업무, 학과 행사 관련 공지 및 행정처리, 과사 및 강의실 관리 등의 교육 외 다른 업무들을 집중적으로 담당한다.


대략적인 업무에 관한 설명이 점심즈음에 끝이 났다. 남은 시간엔 업무처리 과정을 지켜보고 시스템 적응을 위해 중요도가 적은 전산 업무 직접 해보기, 궁금한 점을 여쭤보며 인수인계서와 업무매뉴얼 정독을 했다.


흔히 그렇듯 점심식사 시간에는 업무 이야기와 함께 사담이 오갔다. 기본적인 업무 이야기들과 함께 교수님들, 학교에 관한 일들도 듣게 됐는데 괜스레 마음이 복잡해졌다.


전에 계시던 조교님이 쏘아 올렸던 트러블, 교수님들의 비즈니스적 관계에 입각한 학과 내 은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흥미로우면서도 앞으로의 생활이 어떠할지 긴장을 더하는 역할을 했다.


여느 직장이 그렇듯 표면적으로는 잔잔한 호수 같지만 수면 아래는 마냥 평화롭기만 하지 않은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 사이에서, 괜히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날 수 있다는 압박감.


이제 막 졸업하는, 그것도 사회경험이 많지 않은 갓 태어나 제 다리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기린새끼가 과연 최상위 포식자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성공적인 조교생활과 취업으로 2024년을 보낼 수 있길 바라며, 이 또한 하나의 추억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앞으로 종종 이에 대한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2월부터 본격적으로 조교와 취준생으로서의 일상을 기록하고자 이에 대한 예고글을 작성해 봤습니다.

제가 한 번 잘 살아남아서 벌크 업한 위풍당당 기린이 되어 나와 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슬기로운 의사생활2> 4화 장면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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