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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클레어 Apr 19. 2024

숨 가쁘게 지나간 2월(상)

조교로 일한 지 한 달 차

조교로 일하게 된 첫 달이었던 2월을 회상해 보면 '정신없음' 그 자체였던 것 같다.

2월은 온갖 행사가 연달아 있는 달이다. 한 달 꽉 채워서 해결해야 하는 이슈들이 상존했다.


으레 생각하기에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가장 바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2월은 정말이지.. 스펙터클 하다. 학사력을 보면 알 수 있다. 임용되고 나서 학사력을 바로 봤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은 게 큰 실수였다고 느껴질 정도로 밀려드는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빴다.


2월엔 무슨 일정이 있냐면요

1. 수강신청

2. 등록금 납부

3. 졸업식

4. 입학식 및 OT

5. 휴학신청

(휴학원서에 지도교수, 학과장 서명 필요 - 교육조교 담당)

6. 예산회계 마감

7. 비교과 프로그램 신청

8. 각종 외부 공문 및 신학기 이벤트


외부에서 공지 요청이 오는 신학기 이벤트는 학생들에게 안내해 주고 담당자분께 문의사항 전달하면 되는데, 안 그래도 다른 행사도 많다 보니 감사한 제안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엔 신경 쓸 게 하나 더 늘어난 것만 같았다. (안내 공지 - 문의접수 및 해결 - 마감 일주일 전 공지 - 마감 하루 전 공지 - 마감 공지를 해야 하기 때문)


학교마다 각 조교에 따른 업무 분담이 상이할 것이다. 대학원생이자 조교 일을 겸하고 있는 내 친구의 학교는 예산, 수업, 장학 등으로 나뉜다고 들었던 것 같다. (인원이 많은 학과라 조교가 세 명이라고 한다)


내가 속한 학교-학부는 조교 2명으로, 행정과 교육으로 나누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행정조교는 행정사무원이라고도 불린다. 교육조교는 수업과 강의실, 기자재 관리 업무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행정조교는 예산과 연말정산, 동아리 등 일반행정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희 학교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교육과 행정으로 업무를 나누어 놓았어도 그 경계가 딱 분명한 것은 아니더라고요. 교육조교지만 회의진행과 등록금, 취업, 학적변동을 담당하고 행정조교지만 비교과 수업과 현장실습, 상담지도, 장학금 안내 등을 담당하거든요.


그렇다. 교무팀이 업무를 어떻게 구분 지어 놓았느냐에 따라 역할이 다르다. 학교마다 다르기에 같은 조교라도 동일한 업무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학교는 큰 틀로는 교육과 행정으로 분류해 두었지만 세부적으로 교차되는 항목이 있어, 초반엔 이 업무가 내 업무인지 서로 약간씩 헷갈려하기도 한다.


2월에 임용되자마자 바쁘고 초과근무를 하게 된 이유에는 물론 내가 일을 잘 못하고 서투르기 때문도 있지만, 한 행사를 무사히 치르는데 사전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졸업식이 있다? 그전에 해야 할 일은 대략 아래와 같았는데, 나는 2월부터 왔기에 2번부터 시작이었다. 전임자분이 작성했고 전달 못 받은 내용인데 계속 수정이 필요해서 학생들에게 전화하고 담당자분께 연신 죄송하다고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졸업식 며칠 전이고 보고도 다 했는데, 학적이나 교과 이수구분에 문제 있다고 문의한 학생들도 있었다(심지어 당해 졸업인데 확인을 안 하고 있던..)


1. 12월에 졸업예정자에 대한 졸업시험 결과 제출

2. 1월 말에 졸업사정에 대한 학부 교수회의를 통해 졸업하는 인원에 대한 파악 및 논의를 하고 회의록 제출

3. 학생들 학위사정, 보고한 졸업인원에 문제없는지 확인(또 문제 발생하면 회의록 재수정, 담당자분께 연락)

4. 졸업식 현수막 제작의뢰 하기

5. 현수막 문제없는지 확인하고 예산 결의서 상신하기

6. 학위증서와 학사모와 학위복 수령해 누락 없는지 확인하기

7. 학위증서 수령인원과 학위복 대여인원에 대한 명단표 출력(미수령자 및 미반납자 확인)

8. 학위복 반납하기


입학식도 마찬가지로 그전에 먼저 입학인원에 변동이 있는지 확인을 여러 번 거치고, 교수님들께 보고한다. 추가모집, 편입, 등록취소, 재입학 등으로 인해 인원 변동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입학실적과 학부운영과도 연관이 있어 중요하게 체크해야 할 부분이다.


나도 이번 연도 졸업이었는데 하마터면 졸업사진 한 장도 못 남길 뻔할 만큼 정말 바빴다. 학위복 대여인원을 사전에 조사했고, 분명 조사기간 이후에도 대여희망하는 학생들이 나오기에 일부러 더 넉넉하게 대여요청을 해놓았는데... 조사할 땐 응하지도 않더니 아무 말도 없이 학위복을 가져간 학생들이 여럿 있었다. 이 와중에 학위증서 한 장 누락돼서 이 날 학사팀을 몇 번을 간 줄 모르겠다.


대여신청 했던 학생분들은 못 입게 되는 사태가 발생해 급하게 연락해서 추가대여 해오고, 이리저리 뜀박질했다. 우박과 비가 내렸던 추운 2월의 졸업식이었지만 외투를 입지 않아도 덥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 큰 성인이어도 모두가 다 성숙한 의식을 갖고 행동하진 않는다는 걸 알게 됐던 날이었다.


2월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피로와 많은 분노, 많은 실수와 현타? 가 있던 달이었다. 적다 보니 일정에 대한 업무 과정을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다음 장에 이어 써 내려가보려 한다. 2월의 조교업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도 계속된다.  2월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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