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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클레어 May 19. 2024

어떤 상념

어느 꿈결 속 이야기

처음엔 아니었지만 나중엔 형체도 못 알아볼만큼 얽히고 설켜버려, 이젠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도 알 수 없다.


여러갈래로 조각난 처참한 현장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나는 알 수 없는 답답함에 고개를 돌리고 만다. 시선 끝엔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이 보인다.


이미 벌어진 일에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할지 감조차 잡을 수 없다.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은 놀란듯 잠시 멈칫하더니 곧 자리를 떠났다.


멍하니 서있다가 이내 현기증을 느끼고 바닥에 웅크리고 앉았다. 초조하게 시간이 흘러간다. 눈을 감았다 떠도 변함없는 현실, 이미 늦어버린 모든 것.


과연 범인이 누구일까. 잠깐 스쳐지나간 형체 뒤에 남은 단서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고개를 들어 맞은 편을 바라보니 창문 속에 내 모습이 보인다.


이상하다. 이번엔 내 손에 뭔가가 들려있다. 구겨진 사진 한 장. 그 속에 보이는 부서지기 전 소중히 간직해 온 미래의 모습.


부서진 조각 사이로 보이는 한 줄기 들꽃 하나. 오직 그것 하나 외엔 진실된 게 없는 외람된 것 투성이의 현실만이 덩그러니 남아, 이윽고 창문 속 한 여인의 잔상은 그림자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마네.

 

결국 일그러진 모든 것이 한 데 섞여 무너지고 모든 것이 사라진 어둠 속 실존한 건 어렴풋이 들려온 목소리 뿐이었음을 나는 몰랐다.


-어느 날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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