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나흐마노비치는 <무엇이 삶을 놀이로 만드는가>에서 즉흥작업에 대해 말합니다. 그것은 일시성과 영원성을 한 호흡에 받아들이는 일이라고요. 내일 혹은 1분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있지만 정확히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요. 내려놓음이란 모름에 대해 편안한 태도를 갖는 것이고 언제나 놀랍고 새로운 순간의 수수께끼를 받아들임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미칠 듯이 싫고 힘들다고 해봅시다. 더는 성장가능성이 보이지 않아서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어떤 두려움이 스스로를 사로잡는다고 해봅시다. 이런 마음상태로 다니다 보면 외부적인 상황이 나를 결정짓게 됩니다. 몸이며 마음이 아프거나 결정적인 실책을 하는 식으로 떠밀릴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 과정이 혹독하고 고단하지 않겠습니까.
위의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멋지게 밀고 나갔다가 넘어지는 당신의 모습이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당신이 어떻게 다시 일어나 상황을 헤쳐 나갈지를 지켜본다." 김태리가 <정년이> 속 무대에서 방자 역을 하며 지팡이가 부러져 넘어지는 장면이 오버랩되더군요. 멋지게 밀고 나가다 - 넘어지다 - 다시 일어나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감동하는 것은 관객 이전의 자신일 겁니다. 내 안의 불안한 믿음이 확연한 의심을 제압할 때 우리는 생의 다음 계단을 오르는 것 아닐까요.
도저히 그만둘 용기가 안 나는데, 그만두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다면 저지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나 그만두겠습니다, 이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내뱉는 겁니다. 결론적 상황 속으로 스스로를 밀고 나가는 겁니다. 그래도 세상은 안 망합니다. 어떻게든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무책임해서 그만두는 게 아니니까요. 양다리를 걸치는 것, 출구를 모색하며 일하는 방법도 묘책입니다. 쉽지 않지만 마음은 덜 힘들 겁니다.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다는 심정 속의 사표 한 장은 현실적 도움이 됩니다. 그것이 출사표로 이어질 테니까요.
자신이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 매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잊지 말고 살아갑시다. 월요일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