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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칭찬(稱讚)’의 의미

삶은 의미다 - 77

by 오석연

‘칭찬(稱讚)’‘좋은 점이나 착하고 훌륭한 일을 높이 평가하거나 그런 말’을 뜻한다. 稱(일컬을 칭)은 뜻을 나타내는 禾(벼 화)와 음을 나타내는 동시에 뜻을 나타내는 글자 爯(들 칭)이 합쳐진 한자다. 爯의 ‘저울질하다’라는 본래 뜻에서 파생되어 ‘일컫다’, ‘저울질하다’ 등의 뜻이 되었다. 讚(기릴 찬)은 뜻을 나타내는 言(말씀 언)과 음을 나타내는 贊(도울 찬)이 합쳐진 한자로, ‘기리다’, ‘칭찬(稱讚)하다’의 뜻이다.

칭찬에 관하여 우리가 가장 유명한 말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이다. 책으로도 출간이 되어 한때 칭찬의 교과서가 되었고, 칭찬과 격려의 말 한마디가 엄청난 에너지가 된다는 사실을 말하여, 칭찬이 교육의 만사형통인 것처럼 회자되기도 했다. 긍정적인 기대나 칭찬의 말은 상대방이 더욱 그 행동을 하도록 강화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자기 행동에 잘한다고 칭찬받고 추켜세워주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타인을 변화시키는 최고 좋은 방법이 칭찬이다. 지긋지긋하게 말을 안 듣는 아이나 남편을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특히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칭찬해보라. 그런데 일반적인 주부들은 반대로 한다. 아이는 학교로, 남편은 직장으로 보내고 난 주부들이 찻집에 둘러앉아 주로 하는 이야기의 주제가 남편의 뒷담화다. 남편 자랑, 자식 자랑하는 주부는 팔불출이라 하여 드물다. 언젠가는 남편의 남편을 통해 돌고 돌아 내 남편까지 들어간다는 것 잊지 마시길. 특히 시집 식구들 앞에서 남편의 뒷담화는 쥐약이다. 칭찬의 가장 큰 효과는 칭찬하는 방향으로 타인을 행동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식이든 남편이든 좋은 이야기, 칭찬을 하는 것이 상대를 바꿀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아이들을 칭찬할 때도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열심히 하는 과정을 칭찬하면, 아이도 결과는 기대에 못미처도 자신의 과정에 만족하고 더 노력하게 된다. 다만 칭찬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반드시 칭찬해야 할 때만 칭찬하고, 아첨이나 빈정거림이 아니라 자신의 솔직한 감정으로 표현해야 한다. 칭찬의 효과는 어떻게 칭찬하는가에 따라 나타나기 때문에 칭찬받는 대상에게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진심을 담은 칭찬은 서로의 장점을 잘 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다. 과정 중심적 칭찬은 결과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과정을 즐길 수 있게 해서 뭘 하든 효과가 크다. 특히 어렸을 때 노력을 칭찬하면 매우 좋고, 이것은 후배, 학생, 부하직원 등에도 적용된다.

아무 때나 칭찬을 남발하는 경우 아이의 자존감은 낮추는 역효과를 줄 수 있고, 아이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결과 지향적 칭찬보다 과정 중심의 칭찬이 훨씬 효과적이다. 노력을 칭찬해 주는 것이 가장 좋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네.’, ‘열심히 해서 좋게 나온 거야. 잘했어’ 등. 또한 형제가 둘 이상이 경우 한 명만 칭찬한다든지, 비교해서 칭찬하는 것은 금물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비교당하는 것보다 더 기분 나쁘게 하는 것은 없다. 만약 기대했던 결과보다 안 좋으면 결과를 배제한 격려가 효과적이다. ‘열심히 노력한 모습만으로도 보기 좋았어.’ ‘시간을 갖고 열심히 하면 꼭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야.’ 등.

칭찬 아닌 칭찬이 선천성에 대한 칭찬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도 칭찬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특히 성실하게 노력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어린아이에게는 자칫하면 노력하지 않아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 다만 어른에게는 선천성에 대한 칭찬이 존경의 의미를 담을 수 있어 괜찮다.

칭찬에는 평가라는 속성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평가는 상급자만의 영역이 아니다. 하급자도 상급자에 대한 호평과 불평이 있을 수 있다. 주위에는 타인을 평가할 때 자신만의 잣대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사람일수록 늘 자신이 정의롭고 옳다고 생각하며, 상대의 흠을 찾아내는 데는 재주가 있다. 칭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본인도 칭찬받지 못한다. 칭찬하면 칭찬이 되돌아오고, 비난하면 비난이 돌아오는 것이다.

직장이나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당근과 채찍’이란 말을 많이 사용한다. 칭찬과 질책(벌)이란 말이다. 칭찬이 매우 좋은 습관이기는 하지만, 무작정 칭찬만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칭찬을 남발하면 칭찬받는 사람이 ‘진짜로 칭찬하는 거 맞나?’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마음에 없는 가식의 칭찬은 모욕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조직 생활에서는 칭찬과 질책이 적절하게 구사하는 것이 처세의 기술이다. 질책은 인격적인 모욕이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질책 후 칭찬으로 마무리.

칭찬할 때 최고의 비법은 잘하는 것을 칭찬하는 것보다 상대도 몰랐던 부분을 찾아내어 칭찬하는 것이다. 본인도 몰랐던 장점을 칭찬받으면 기쁨도 두 배, 칭찬하는 사람의 탁월한 눈에 더 감동하게 된다. 칭찬은 상대방을 기쁘게 할 뿐만 아니라, 칭찬하는 사람에게도 기쁨을 준다. 연애의 전설, 카사노바는 ‘미모가 뛰어난 여성은 지성을 칭찬하고, 지성이 뛰어난 여성은 미모를 칭찬하라’라고 했다. 상대가 진짜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건 나도 모르는 새로운 면이다.

나는 진심으로 칭찬이나 유쾌한 인사를 건넸는데, 상대가 반대되거나 모순되는 행동이나 말을 해서 칭찬한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경우를 ‘이중 속(double bind)’이라 한다. ‘오늘 옷이 예쁘네요.’라고 인사를 건네면 ‘평소에는 별로였다는 건가요’라고 대꾸하고, ‘웃는 얼굴이 예쁘네요.’라고 칭찬하면 ‘웃지 않을 때는 못생겼군요.’라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칭찬한 사람이 잘못된 말을 한 것이 되고 뻘쭘해진다. 두 사람 모두 상처받게 되고 관계를 망치게 된다. 칭찬의 말을 너무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모순되게 받아들이는 것도 관계에 도움이 될 수 없다. 칭찬과 인사는 진심으로 감사히 받아들여야 한다.

칭찬과 비슷해 구분하기 어려운 ‘아첨(阿諂)’은 사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알랑거리나 과하게 칭찬하는 행위이다. 상대에게 무언가를 얻어낼 목적으로 칭찬을 빙자해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이다. 칭찬은 진심이 담겨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오지만, 아첨은 진심은 없고 입에 발린 말이다. 혈연, 학연, 지연 등 친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첨에 약하고 모든 사람에게 비난당한다. 칭찬, 아첨, 질책은 같은 입으로 하는 것이지만, 칭찬과 아첨은 쉽고 질책은 어렵다. 칭찬과 아첨은 쉬워도 효과는 천지 차이다. 상대의 단점만 찾기 위해서 혈안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내면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다. 남을 칭찬할 줄 모르면서 자신은 칭찬받기를 원하고, 배려할 줄 모르면서 존중받으려 하는 것은 애처롭고 슬픈 일이다. 칭찬과 긍정이 늘어가면 ‘어른’이 되고, 비난과 부정이 늘어가면 ‘꼰대’가 된다는 말이 있다. 나이만 먹는다고 다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급자는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 적절한 질책을 할 수밖에 없지만, 최소화해야 함은 당연하다.

사람들이 최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칭찬과 격려입니다. 둘 다 상대방의 상황을 그대로 수긍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같이 모색하는 과정이며, 상대방이 좋은 점이나 착하고 훌륭한 일을 높이 평가해 주는 것이다. 삶의 대부분은 차지하는 인간관계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는 핵심이 칭찬이다. 질책만큼 사람들의 의욕을 심하게 꺾어놓는 것도 없다. 결점을 들추어내는 것을 삼가고 진심으로 인정해주고 아낌없이 칭찬해 주는 것이 진정 아끼고 사랑함의 표현이다.

누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듣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자식이나 배우자 등 사랑하는 사람을 자랑하는 것을 팔불출이라 여기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쑥스러워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칭찬의 말 한마디는 삶의 활력이 될 수 있다. 가장 현명한 부모는 아이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이다. 간섭보다는 사랑을, 잔소리보다는 칭찬을 더 많이 하는 따뜻한 부모가 최고다.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과 생각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남들이 내 입에 맛있는 것 넣어주길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맛있는 것을 먹는 것, 남들이 나를 칭찬해 주길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칭찬하는 것. 이런 방법들은 자기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뿐 아니라 행복하게 만든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가까운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스스로 ‘잘했어~!’, ‘훌륭해~!’, ‘감동이야~!’라고 말해보자. 없던 힘도 불끈 솟을 것이다.

칭찬의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을 꽃피우기 위한 거름이 되고, 내 삶의 길은 평탄케 한다. 예쁜 입은 빨간 립스틱 바른 입이 아니고, 예쁜 말이 나오는 입이다.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가장 예쁜 칭찬의 말~! 아끼고 저축하지 말고, 지금 앞에 있는 사람에게 선물의 말 건네면서 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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