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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Apr 14. 2024

153. ‘매춘(賣春)’의 의미

삶은 의미다 - 153

매춘(賣春)’은 금전적 이익을 대가로 성행위를 제공하는 산업 또는 관습을 말한다. 賣(팔 매)는 원래 出(날 출)과 買(살 매)가 합쳐진 한자였다가 出이 士(선비 사)의 모양으로 간략화되면서 현재의 자형이 되어 ‘팔다’를 뜻한다. 春(봄 춘)은 林(혹은 艸)+屯(진칠 둔)+日(날 일)의 세 글자가 합쳐진 글자로 햇빛이 비치고 초목에 새싹이 파릇파릇하게 돋아나는 모습을 본떠 만든 한자로 사계절 중 ‘봄’을 나타내고 ‘젊음’, ‘성욕’ 등의 뜻도 있어 청춘(靑春), 매춘(買春) 등에 쓰인다. 또한 비속어로 ‘고환’이라는 뜻이나 ‘fuck’에 준하는 욕설로 사용되기도 한다.

매춘은 인류가 탄생한 순간부터 있었을 것이라는 역사가 매우 깊은 행위다. 혹은 호모 사피엔스가 독립된 종으로 분화하기 이전부터 성을 교환이 가능한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여성들이 생존하기 위해 남성들이 사냥해 온 사냥감과 교환의 대가로 성을 제공했으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추정의 근거가 되는 사실을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들의 매춘 행동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보노보는 이성에게 먹을 것, 놀잇거리 등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성행위를 하기도 한다. 이외 다른 원숭이도 매춘하는 것이 발견되고 돌고래 종에도 이런 경우가 보고된다. 보노보와 돌고래는 지능 수준이 매우 높아 인간과 마찬가지로 성행위를 번식의 수단으로만 사용하지 않고 유희나 문화생활로 여기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매춘은 인간만의 개념이 아니라 동물의 지능과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다. 많은 동물이 짝짓기할 때 수컷이 암컷에게 줄 먹이 등의 선물을 주거나, 심지어 짝짓기 후 자기의 몸까지 제공하는 생태를 가진 경우가 있는데 넓게 보면 이것도 매춘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매춘을 직업으로 삼은 매춘부는 사냥꾼과 함께 인류 최초의 산업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오래되었다. 하지만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동서고금을 막론하여 사회적으로 논란이 상당한 행위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매춘(賣春)이라고 하며 ‘성매매(性賣買)’란 말도 함께 쓰인다. 나아가 매춘 종사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며 노동으로 보는 입장에선 ‘성노동(性勞動)’을 쓰기도 한다. 한편 매춘(賣春)이 파는 행위에만 편향된 용어라 하여 매매춘(賣買春)이라 부르기도 한다. 매춘에 종사하는 사람은 매춘부라고 하는데, 더 포괄적으로는 ‘성노동자’라고 하기도 한다.

매춘은 경제 매매 행위의 일부이고, 매춘을 직업으로 삼는 매춘부가 탄생한 것은 사유 재산의 개념이 나타난 후기 신석기 시대부터일 것으로 추정하지만, 매춘이라는 행위 자체는 인류의 먼 조상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매춘이 생계유지의 수단이든 일시적인 유흥의 수단이든 인류 문명의 역사와 기록에 남겨진, 가장 오래된 직업 중에 매춘부가 들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류 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시 서사시에서도 신전에서 매춘하는 성창(聖娼)이 나오는 것을 보면 기원전 28세기에 이미 사원 매춘이 행해졌다고 볼 수 있다. 기원전 2400년, 수메르 우르크에서는 사제들이 매춘업소를 운영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유녀들은 사원에 거주하면서 주로 여행자나 순례자를 대상으로 성적 서비스로 매춘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성의 생식능력은 자연이 준 선물로서 주술적 힘이 있다고 믿었고, 신전에서 신이 주신 능력을 찬양하면서 성적 관계를 맺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렇게 사원에서 이뤄진 매춘을 신성 매춘(Sacred Prostitution)’이라고 부른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아프로디테의 신전이 합법적인 매춘업소였다고 하며 그곳 신전의 유녀들은 ‘헤타이라’라고 불렸다. 그들은 신전에서 몸을 팔고 그 돈을 아프로디테에게 봉헌했다. 고급 유녀인 헤타이라와 구분되는 하급 창녀도 있었는데 이들은 ‘포르노이(Pornoi)’로 불렸다. 포르노이와 단골손님들의 생활, 습관, 행동을 기록한 기록물이 바로 ‘포르노그래피’였다. 성관계 영상과 이미지를 뜻하는 ‘포르노’가 바로 여기서 파생했다. 로마 제국에도 매음굴과 매춘부들이 넘쳤다고 하니 매춘의 유구한 역사는 상상하기도 힘들다.

중세 유럽에서 종교적으로 매춘이 금지되기는 하였으나, 더 큰 죄악인 강간 등의 성범죄를 저지르는 걸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란 논리로 매춘이 묵인되었다. 토마스 아퀴나스와 같은 일부 대교부들은 매춘을 금지하면 성욕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져서 욕구 불만에 찬 사람들이 날뛰어 사회 질서를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논리로 국가와 교회는 결국 매춘을 배척하기보다는 관리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성매매가 만연하지 않게 하려는 게 목적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국가와 교회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매춘의 세계적 현황을 살펴보면, 합법인 국가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그리스, 튀르키예, 뉴질랜드, 멕시코, 헝가리, 칠레, 라트비아, 콜롬비아 등이고, 성판매자와 성매수자를 처벌하지 않고 업주만 처벌하는 비범죄 국가로는 덴마크,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핀란드, 폴란드, 체고, 이스라엘 등이 있다. 미국과 호주는 주마다 다르며 성구매자만 처벌하는 국가는 스웨덴, 노르웨이가 있다. 한국과 리투아니아는 대표적 금지된 국가다.

매춘에 대한 합법화와 찬성하는 입장은 매춘부의 성행위 판매를 성적자기결정권과 다른 거래, 가치 생산 활동의 정의 및 법리에 맞는 노동의 일종으로 본다. 성관계라는 용역을 돈을 주고 판매하는 것일 뿐, 성적자기결정권이 있으면 그것을 남이 폭력·협박으로 강요하지 않고 개인 의사로 타인에게 파는 건 개인의 자유다. 성 자율권은 개인에게 있어서 성적 용역이 불법일 이유가 없으며 이런 부분을 국가가 침해할 수는 없다는 점을 들어 찬성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매춘을 금지하는 나라보다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합법인 나라가 훨씬 많은 이유다. 하지만, 금전적 이유로 인간의 사생활 영역인 성을 판매하게 된 매춘부는 비록 자발적으로 매춘을 하더라도 인간 상품화의 피해 사례로 볼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있는 만큼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해석의 차이라고 보인다.

여성계에서는 매춘을 소중한 여성성을 상품화하는 것은 잘못된 사회적 잘못 통념의 산물로서강간 같은 맥락에서 온 것으로 간주하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폭력으로 본다. 강간은 개인의 폭력으로 인한 것이고 성매매는 사회적 폭력으로 인한 것이란 견해다. 또한 스웨덴, 프랑스처럼 성 판매자는 처벌하지 말고 성 매수자만 처벌하자는 주장도 한다. 이는 성 판매자(여성)는 불쌍한 사람으로 보고, 성 매수자(남성)는 권력층으로 보는 주장이지만, 성 매수자들은 판매자가 없으면 매수자도 없을 것인데 내로남불이라 비난한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어 매춘이 금지된 지 십여 년이 넘었지만, 매춘이 줄기는커녕 키스방, 대화방, 조건만남 등과 같은 음성적인 업소와 성매매 경로만 더 늘어났을 뿐 금지의 실효성은 거의 없다. 특히 성매매 단속의 힘이 발휘되지 못하는 것도 성매매 단속 수사가 증거 수집 과정에서 위법 수사가 될 소지가 커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단속과 수사가 상당히 어렵다.

인류의 종족 보존을 위해 장치해 놓은 본능적인 성욕을 어떤 방법으로나 채우고 살게 되어 있다.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원나잇이 판치는 연애 전성시대에 섹스 파트너는 매춘과 달리 서로 대등하게 만나는 수평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매춘과 비교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원나잇과 매춘은 만나는 기간이 길고 짧다는 차이가 날 뿐, 섹스하게 되는 것과 더 원하는 쪽에서 돈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연애나 원나잇은 돈이 들어오지 않지만매춘은 지갑에 돈이 들어온다는 것이 다르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해 매춘 관련 직업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지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섹스 로봇(리얼돌 등)이 생기면 사라질 것이란 입장도 있지만, 로봇으로는 상호 간의 감정, 인간미 등 구현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

마르크스가 현재 자본주의 사회를 보편적 매춘의 시대라고 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경제적 활동을 하게 되고, 그 경제적 활동은 엄밀하게 내 노동력과 내 몸을 파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 할수록 고급 노동자가 필요하고 그에 맞는 노동자를 길러내는 것이 자본주의 교육시스템이다. 초등학교부터 죽어라 공부하는 것은 내 몸의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다. 스펙과 자격증을 목에 걸고 제발 내 몸을 사세요.’라고 외치는 몸을 파는 사람들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몸을 팔아 먹고사는 현대인들이여~! 내 몸이 재산입니다힘내시고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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