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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Apr 07. 2024

152. ‘노마드(nomad, 遊牧民)’의 의미

삶은 의미다 - 152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유목(遊牧, nomadism)’은 가축을 거느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먹이가 될 풀밭을 찾으며 가축을 기르는 생활 활동이다. 유목민이 편리한 정착 생활을 버리고 불편한 이동 생활을 택하는 이유는 첫째강수량이 매우 적고 토지가 너무 척박하므로 정착하여 농경사회를 영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목민이 발생하는 몽골의 울란바토르 지역은 연중 강수량이 100mm 미만 수준이라 준사막 지역이고 작물 재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따라서 이 지역 거주하는 사람들은 정착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생존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순록 등 목축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한 장소에서 가축 떼에게 풀을 뜯게 하다 보면 가축에게 먹일 풀이 모자라기 때문에 초원을 찾아 이동할 수밖에 없다. 너무 척박한 땅이다 보니 정착하여 가축에게 먹일 풀을 충분하게 재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연유로 계절에 따라 풀을 찾아 먼 길을 이동하는 것만이 가축에게 풀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자연에서도 아프리카의 초식동물인 누 떼가 우기와 건기에 따라 초원을 찾아 이동하는 것도 같은 예이다. 풀이 많은 열대지방에 가서 초식동물 가축을 기르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을 제기하겠지만, 세계지도를 아무리 뜯어봐도 풀들이 우거진 열대우림지역에는 유목민족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현대 문물로 정글을 밀어낼 수 없던 과거에는 인구부양력이 형편없어서 아라비아 사막과 열대우림이 인구밀도가 별반 차이도 없었다. 게다가 열대우림지역은 전세계에서 세균과 미생물기생충과 모기 같은 해충이외에도 독사 등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라 유목민의 가장 큰 재앙인 가축전염병에 몹시 취약하기까지 하다열대지역은 독사와 같은 독을 가진 동물과 곤충독초 식물들이 많아 이러한 독에 내성을 가지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러한 독에 내성이 없는 식용작물의 재배도 거의 불가능한 지역이 대부분이다. 현재 열대지방에서 살아남은 동물이나 식물들을 보면 대부분 이러한 독성에 대하여 상당한 내성을 갖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때 말을 잘 다루던 유목민이 막강한 전투력을 이용하여 아시아를 넘어 유럽의 게르만족과 서로마 제국의 멸망까지 몰고 와 대 몽골 제국을 건설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몽골에서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넓은 평원을 뛰놀며 기르는 목축은 꿈도 꾸지 않는다. 가축의 사육도 공장 같은 곳에서 찍어내는 시절이 아닌가. 그것이 얼마나 오랜 기간 계속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자유인으로 상징되는 노마드(nomad)’란 말은 원래 유목민(遊牧民)’이란 뜻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에 의해 의미를 부여받은 말로,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바꾸어 나가며 창조적으로 사는 인간형또는 여러 학문과 지식의 분야를 넘나들며 새로운 앎을 모색하는 인간형을 이르는 말이다. 요즘 쉬운 말로 디지털 기기를 들고 다니며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로, 제한된 가치와 삶의 방식에 매달리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어 가는 유목민처럼 떠돌이 형태로 일하는 사람이다. 특히 디지털노마드(Digital Nomad)’라고 한다.

정착 생활을 하는 정주민과 이동 생활을 하는 노마드(유목민)는 생활 형태에서 서로 대립 개념이다. 농사를 짓는 정주민은 땅을 떠날 수 없으니, 국가가 땅만 독점하면 그들을 지배할 수 있다. 반면 땅이란 생산수단에 의존하지 않는 유목민은 국가가 지배할 수 없다. 억압하고 착취하려고 하면 유목민을 멀리 도망가 버리면 그만이다. 문제는 21세기 현재는 어디든 도망갈 수 있는 유목민이 거의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전 세계가 모두 어떤 국가의 영토로 분할되어 국경을 넘나드는 데는 상당한 제약이 따르고, 자본은 세계화 추세로 거의 모든 국가를 쉽게 넘나들고 있다. 결국 인류는 자유로운 유목민에서 부자유하고 정착화된 정주민이 되는 과정인 셈이다.

노마드족 자체는 디지털 시대 이전부터 존재했다. 항공산업의 발전하고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30~50년 전부터 현대판 노마드들이 생겨났다. 아나로그 시대의 유명한 소설가투자자예술가산악인사진가가이드북 작가 등이 그 시대의 노마드들이다.

디지털노마드(Digital nomad)’ 또는 디지털 유목민은 어휘 ‘디지털(digital)’과 ‘유목민(nomad)’을 합성한 신조어로, 인터넷 접속을 전제로 한 디지털 기기(노트북, 스마트폰 등)를 이용하여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재택·원격근무를 하면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회사에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있기보다는 프리랜서나 파트타임 및 스타트업인 경우가 많으며 이사와 이직이 자유롭다. 흔히 여행을 다니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 노트북 하나 들고 카페, 해변 등의 어디서나 원격으로 작업하는 사람들, 카페나 바에서 여러 사람과 소통하며 현지의 문화를 즐기는 낭만적인 사람들 등으로 그려지곤 한다. 실제 부딪치는 어려움이야 존재하겠지만, 서양에서는 이렇게 젊음을 즐기며 자유롭게 일을 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우리나라의 이태원 등 곳곳에도 외국인 프리랜서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디지털 노마드의 경우,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사물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2010년대를 전후하여 보급된 노마드의 한 부류이다. 이는 기존에 있었던 노마드가 디지털화한 것으로 불 수 있다. 특히 유튜브의 발달과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 등 업무 방식이 크게 바뀌면서 디지털 노마드는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코인 노마드지식 노마드문화 유목민 등 자유를 상징하는 유목민과 노마드가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갑갑한 실내 사무실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머리를 싸매고 근무하는 직장인이라면, 사무실에서 벗어나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원하고 바라던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일반 직장인으로 사는 삶을 과감히 포기하고, 사무실을 박차고 나와 여행을 하거나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일한다. 개인의 취미나 재능경험 등을 토대로 기존 직장 개념에서 탈피한 노마드는 하나의 직업군으로서 일반 직장인과 어린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부상했다. 초등학생들의 희망 직업군 상위에 ‘유튜브 크리에이터’, ‘프리랜서’ 등이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변화된 직업의식인지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목민에 관하 이야기 하나 하면서 갈무리한다. 유목민은 자유의 길을 떠날 때 배고픔이나 갈증을 적당히 달랠 물이나 음식물 등을 따로 준비하지 않는다 한다. 그 대신 배가 고플 때 허기진 배를 칭칭 동여맬 가죽 허리띠 하나를 준비하여 떠난다. 그런 비장함 없이는 외로움과 자유의 길을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를 향한 현대의 노마드들은 무작정 벌판으로 나와서는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없고, 오히려 또 다른 통제된 사회에 귀속될 수밖에 없다. 우리도 고픈 배를 동여맬 허리띠 하나쯤 준비하는 비장함과 내가 가면 길이 된다는 자신감 정도는 가지고 자유의 길을 떠나야 하지 않을까?

     

어떤 배고픔이라도 견딜 비장함으로 용감하게 사무실을 박차고 나온 노마드들이여~!

재미와 자아실현을 위한 선택, 일자리의 스마트화로 전 세계 어디서나 일한다, 움직이는 기업 내가 바로 CEO, 공유와 소통을 통한 성장 등 모두 이루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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