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석연 Aug 10. 2024

169. ‘시간(時間)’의 의미(2. 시간과 삶)

삶은 의미다 - 169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에게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한 실재적인 개념이 되었고, 만물의 변화와 삶의 종말(죽음)과 결부시키며 고찰해 왔다. 그러면서 인간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항상 불평하면서도,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물 쓰듯 행동하며 이율배반적으로 살아간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세상 많은 것들이 그런 것처럼 시간도 전혀 공평하지 않다. 시간의 상대성 이론이 없더라도,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가? 진짜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같은 시간인가? 등의 물음에 ‘Yes~!’라고 답하기 어렵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나간 시간을 과거, 다가올 시간을 미래, 지금을 현재라 규정한다. 과거는 영원히 정지된 시간이고 미래는 다가오지 않은 미지의 시간이다. 우리는 쏜살같이 달아나는 현재의 시간만 붙잡고 살아가고 있다.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할 시간이 없다.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시간 좀 있느냐?’라고 물어보라. 모두 다 시간이 없다고 한다. 우리에게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1년’의 시간이 지나면 ‘한 살 더 먹는다.’라고 표현한다. 시간을 먹는다라는 표현이다. 시간이 음식처럼 내 속으로 들어온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이 전과 달리 속이 깊어지는 것을 철이 들었다.’라고 한다. 철은 계절을 말한다. 계절 역시 시간이다. 철이 들었다는 것도 시간이 몸과 마음속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철이 없다.’라는 말은 속이 없다는 얘기다. 시간(나이)이 들어와도 시간(나이)과 내(철)가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을 때도 철을 앞당기거나 철을 놓치는 사람은 철모르는 사람입니다. 한 철, 두 철 지나가면서 사람도 철이 들어갑니다. 나이를 먹는 것이 늙는(old) 것이 아니라 도리어 속이 깊어지고 넓어진다는 것이고, 우리말로는 철이 든다는 말이다. 서양에서는 나이를 먹는다고 하지 않고 ‘늙는다(age, old)’라고 표현하고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이다.

하여튼 시간은 신비하다. 우리 중에 시간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다만 현실에서 체험하는 시간은 직선형이고 단일한 방향으로 흐른다. 쉽게 말해서 우리는 시간에 방향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방향은 언제나 과거로부터 시작하여 현재를 거쳐 미래로 나아간다. 그 역은 성립하지 않고 거꾸로 흐를 수 없다. 다만, 현재의 시간은 언제나 과거의 결과이고 동시에 미래의 원인이 된다이것이 시간의 방향과 선후 인과 관계에 상식적이다. 현재에 살지 못하고 극단적인 과거나 미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탄생 이전이나 죽음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지금 존재하지 않는 극단적 과거나 미래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가능할 수 없다부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없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당신은 어떤 시간을 살고 있는가? 그래서 현재를 살아가라라고 선지자들을 충고하고 있지 않은가? 현재라는 시간의 절박함을 말하는 경구 몇 개만 살펴보자.

우리가 진정으로 사는 것은 현재뿐이다우리에게는 과거를 기억하는 능력과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이 있다하지만 이것은 현재의 일을 잘하기 위해서 주어진 것이다현재에 살아야 한다현재야말로 진정으로 우리에게 속한 전부이다삶이 곧 끝나버린다고 생각하며 살라그러면 남은 시간이 선물로 느껴질 것이다현재의 삶은 최고의 축복이다우리는 다른 때다른 곳에서 더 큰 축복을 얻게 되리라 기대하며 현재의 기쁨을 무시하고는 한다지금이 순간보다 더 좋을 때는 없다.”[톨스토이 ‘살아갈 날들의 공부’ 중] 어제는 히스토리내일은 미스터리오늘은 선물입니다그래서 오늘을 present(현재선물)이라고 하지요.”[루스벨트 대통령 영부인인 엘레나 루스벨트가 한 말] 오늘은 당신의 남은 생의 첫날입니다.(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영화 ‘아메리칸 뷰티’ 대사 중] 다음 생이 내일보다 먼저 올지도 모른다.”[티베트 속담] 에피쿠로스의 가르침도 불멸에 대한 헛된 갈망 대신에 현실의 삶에 집중하도록 해준다.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현재의 삶에 집중하고 현재의 시간에 감사하며 삶을 누리는 것이 중요해진다.

인간이 영생을 추구한다는 것은 시간을 한없이 늘이는 것이다. 실제 인류의 희망 사항이 영생이지만, 실제 영생이 이루어진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겠는가. 역설적으로 인류는 멸망하지 않겠는가. 영생하면 삶은 사소해지고 의미가 없어진다. 죽음으로 인해 오히려 삶은 생기가 돌고 의미가 있다. 죽음을 의식하는 것은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고 삶의 의미와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한마디로 시간의 흐름이 우리를 열정적으로 활기 있게 살아가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시간을 잘 활용하는 사람을 시간을 지배한다.’라고 말한다. 과연 인간은 시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사실은 우리 인간은 시간 앞에 너무 무기력하다. 아무리 시간을 잘 활용하여 보낸다 하더라도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우리 인간이다. 시간은 보이지 않고 말없이 그냥 흐르고만 있다. 우리도 시간이라는 열차에 그냥 잘 타고 가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혼자 얌전하게 타고 가는 경우는 드물다. 가정, 직장, 사회활동 등 많은 시간을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타고 간다. 각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같이 보내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각기 다른 시간이면 부딪치고 갈등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함께하는 시간이 상승작용으로 좋은 점도 있지만, 서로 피해를 줄 때도 생긴다. 이렇게 함께하는 시간은 다른 사람의 시간을 이해하면서 그 사람 차원에서 이해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자기 시간의 활용에만 몰두하여 타인의 시간에 소홀하고 무관심하다. 자기 시간은 1분 1초가 아까워 노심초사하면서 다른 사람의 시간은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을 자기 시간에 휘말리도록 이기적으로 사용하여 시간의 불균형이 생기고 힘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보이지 않는 힘으로 타인의 시간을 침범하기도 하고 침범당하기도 한다. 시간도 영역 다툼과 같이 서로 뺏고 빼앗기는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다. “OOO 씨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라는 말로 남의 시간을 함부로 사용하기도 하고, 누구는 쉽게 휘두르기도 하고, 반대로 누구는 남의 시간에 질질 끌려다니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은 보이지 않는 힘이고 권력이다. 다른 약속을 잘 지키면서 자신과 가까운 부하 직원, 가족, 친구와의 약속은 뒤로 미루거나 고무줄처럼 늘이거나 당긴다. 시간은 연기하기도 하고 내일로 미루거나 취하는 것은 나도 모르게 시간의 권력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결정의 밑바닥에는 권위, 힘, 거부할 수 없는 믿음 등이 깔려 있다. 타인의 시간을 정당하게 지배하려면타인의 시간에 대한 인지와 배려가 전제되어야 한다. 혹시나 지금 나와 마주 앉은 상대방과의 시간을 내가 공유하고 있는 건지, 그의 시간을 내가 힘으로 지배하고 있는 건지, 침범하고 있는 건지를 가늠해 보시고 서로의 시간에 대한 공감 과정을 거쳐 충돌 없는 시간을 공유하시길~!.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괴로움이나 고통 등을 위로할 때 사용하는 만병통치약 같은 말이지만, 무슨 시간이 약이 되겠는가? 다만, 롤랑 바르트의 시간은 아무것도 사라지게 하지 못할 것이다시간은 그저 슬픔을 받아들이는 예민함을 무뎌지게 할 뿐인 것이다.’라는 말처럼 우리의 감정을 누그러뜨릴 시간을 줄 뿐이다. 시간이 흐르다 보면, 슬픔은 그에 대한 그리움으로 조금씩 대체되고 옅어져 간다. 그렇게 사랑이든 사건이든 나를 통과해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상처를 소독하고 아물게 하여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은 위대한 스승이다.’라고 하기도 한다. 이렇게 지나가는 시간은 대체 불가능하고 고유한 그리움은 삶을 살아내는 데 있어 힘을 낼 수 있는 에너지로 회복되기에 우리에게 약으로 작용한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라고도 말한다. 그렇다. 다 때가 있다. 때를 기다리는 것은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때를 만나기 위해서 묵묵히 그 시간을 기다리면서 지금 해야 할 일에 충실해야 한다. 그 시간과 때는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듯 때를 맞은 준비를 하는 사람에게 기회의 시간도 손에 잡히는 법이다.

     

내가 시간에 끌려갈 것인가내가 시간을 끌어올 것인가그것이 문제로다과거와 미래의 시간에 끌려가지 말고 현재의 시간을 끌어와 나만의 시간을 만드시기를~!



https://brunch.co.kr/@dd05cb7dd85a42c/58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